최근 '범죄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높아지면서 범죄예방에 대한 대안으로써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ㆍ셉테드)이 부각되고 있다. 셉테드란 건축환경의 적절한 설계(design)와 효과적인 운용을 통해 범죄발생의 시공간적 취약점을 보완하여 범죄기회를 감소시키는 범죄예방기법이다. 행정안전부ㆍ법무부ㆍ국토교통부ㆍ여성가족부ㆍ교육부 등 중앙부처별로 업무의 특성에 따라 마을단위, 도시단위, 학교 및 여성의 안전과 관련된 셉테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300여개의 셉테드 사업이 전국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2018년 기준으로 200여 개 이상의 셉테드 관련 조례를 지자체 별로 제정한 바 있다.
실제로 셉테드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범죄제로도시', '안심마을', '안전도시', 'U-시티', '여성안전', '통학로 안전' 등 한국의 범죄예방 정책이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마치 셉테드가 모든 지역과 공간ㆍ범죄에 유효한 만병통치약으로 오인돼, 지역 특성과 체계적 전략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안서비스 제공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야기하여 소위 범죄예방의 부정적인 효과로 언급되는 '범죄전이현상(한 지역의 보안수준 증가로 인해 범죄자가 대상지역을 변경하여 범행을 시도하는 현상)'마저 일으키는 등, 셉테드 사업의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셉테드 사업이 국민적 관심을 가져온 이유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 셉테드는 2단계 '안전의 욕구'와 관련 있다. 우리나라는 50년 전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위 '한강의 기적'을 통해 1단계인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게 됐다. 따라서 '안전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현재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셉테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대안을 개발하는 것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국가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셉테드 사업 도입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40년 이상 뒤쳐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국가 도약을 위하여 반드시 심사숙고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2000년 초 셉테드 사업 도입 초기, 셉테드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진행해 막대한 예산낭비와 정책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도 당시 상황과 달리 보이지 않는 것은 정책 집행의 주체만 중앙에서 지방으로 옮겨졌을 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단순히 선진국의 셉테드 사업을 답습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나라 현재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국내 실정에 적합한 셉테드 사업의 도입과 지속적인 개발 및 발전이 필요한 때이다.
앞으로 셉테드 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중앙 및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관주도형 셉테드 사업을 넘어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주도하는 민간주도의 셉테드 사업의 정착이 필요하다. 아울러 선진국의 대규모 셉테드 프로젝트 시행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이어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나아가 지속적으로 유지ㆍ관리되기 위한 셉테드 협의체의 구성 및 전문 연구기관 도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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