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서울역 회군' 두고 "그 사실에 엄청난 죄책감 느껴"
심재철 "군 개입 빌미 보다 해산하는 쪽으로 의견"
유시민 "해산하면 안 된다. 여기서 계속해야 한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17일 방송된 문재인 대통령의 광주 MBC 인터뷰 발언으로 40년 전 벌어진 이른바 '서울역 회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서울역 시위 현장에 있었던 심재철 미래통합당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철수 등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해, 논란이 있기도 했다.
'서울역 회군'은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기 전 이틀 전인 5월15일 서울역 지상 광장에 20여만 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전두환 신군부에 계엄령 해제와 민주화 추진을 요구하다, 군 투입 소식에 자진 해산한 사건이다.
이날 광장에는 서울 시내 30개 대학생 수십만 명이 모여 계엄철폐를 외치며 정부와 신군부에 민주화 일정 제시를 요구했다.
신군부는 인파를 통제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고, 공수부대가 투입된다는 얘기까지 돌면서, 대학생들은 해산과 진군을 놓고 고민했다.
당시 서울 소재 대학교 총학생회장들이 서울역 앞 미니버스 안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해산을 결정했다. 격론 끝에 학생들은 충돌 시 대규모 유혈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이날 해산을 결정하고 다음에 집결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당시 경희대 복학생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그 결정에 반대했다.
문 대통령은 "그 사실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고, 저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 바깥에 있던 당시 민주화운동 세력들 모두가 광주에 대한 어떤 부채의식, 그것을 늘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 부채의식이 이후 민주화운동을 더욱더 확산시키고 촉진하는 그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심재철 "군 개입 빌미 보다 해산하는 쪽으로 의견 모여"
시위대를 향해 회군을 발표한 것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 통합당 의원이었다.
심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니버스 안에서는 해산 찬반으로 의견이 갈려 격론이 벌어졌다"며 결국에는 군 개입의 빌미를 주기보다는 일단 신중을 기해 해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시 서울대 대의원회 의장 역할을 했던 유 이사장과 심 의원은 서로 다른 기억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 유시민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진술" vs 심재철 "역사 왜곡"
유 이사장은 지난해 4월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선배들이 버스 위에 올라가서 '해산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라고 했고, 올라가서 그 이야기를 했다. 나는 속으로는 무서워 죽겠는데, '해산하면 안 된다, 여기서 계속해야 한다'라고 하고 내려왔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또 "누구를 붙잡는 데 필요한 정보, 이런 것은 노출 안 시키고, 우리 학생회 말고 다른 비밀 조직은 노출 안 시키면서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22일 심 의원은 "역사적 진실을 예능으로 왜곡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유 이사장이 1980년 6월 합수부에서 쓴 A4 용지 90쪽 분량의 운동권 내부 동향 자백진술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의 자백진술서는 사실상 그가 언급한 민주화 운동 인사를 겨눈 칼이 되었고,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핵심 증거로 활용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진술서에서 5월15일 서울역으로 진출하기 직전 교내시위 때 자신은 '중립을 지켰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그랬던 유 이사장이 학생들에게 '해산불가'를 선동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심 의원 주장에 유 이사장은 다시 반박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5월1일 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올린 영상에서 "그 진술서를 보면 잘 썼다고 생각한다. 감출 것은 다 감췄고, 부인할 것은 다 부인했다"고 했다.
또, "진술서 작성 이후 500명에 가까운 수배자 명단이 발표됐는데, 비밀조직(서울대 농촌법학회) 구성원은 단 1명도 그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에서 쓴 진술서에 신계륜(당시 고려대 학생회장), 이해찬(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장) 등 (수사본부가) 다 아는 것만 썼고, 다른 내용도 비밀이 아닌 별 가치 없는 진술이었다"며 "김대중 총재의 조종을 받아 시위했다는 진술을 계속 요구받았지만 알지 못한다고 버텼다"고 주장했다.
자필진술서 작성 시점에 대해서는 "7월 이후에 쓴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이어 "여러 관련자가 한 허위 진술 등이 각각 영향을 미치면서 만든 진술서라 쓴 사람이 그것을 최초 진술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유시민, 합수부에 가이드라인 제공" 심재철, 유 이사장 주장에 거듭 반박
유 이사장의 재반박에 심 의원은 다시 반박에 나섰다. 심 의원은 지난해 5월2일과 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당시 유 이사장의 합수부 진술서는 나의 진술(1980년 6월 30일) 전인 6월11일과 6월 12일에 작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80년 6월 11일자 유 이사장의 진술서에 등장하는 77명 명단 중 18명이 6월 17일 지명수배 되는데, 이때 지명수배된 한 명은 나중에 체포되고 진술조서를 작성해 나와 이해찬 의원에 대한 증거로 채택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행적은 소극적인 방관자로 기술하고 학우들의 행적은 적극적이고 상세하게 기술하여 합수부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980년 광주 금남로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군사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대형 버스를 앞세우고 시위하는 학생을 계엄군이 연행해 탱크 앞에서 무릎을 꿇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유 이사장의 진술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학생시위 지도부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던 신군부가 퍼즐을 맞출 수 있는 단서, 곧 민청협과 복학생의 시위 개입 내용을 제공해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그림을 그리는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심 의원은 당시 유 이사장이 "심 의원의 진술서를 공개하라"고 한 것과 관련해 6일 블로그와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당시 진술서와 유 이사장의 당시 진술서 원본을 공개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유 이사장 자필 진술서는 1980년 6월12일자 작성, 80쪽 분량이다. 심 의원의 자필 진술서는 1980년 6월30일자 작성, 13쪽 분량이다.
심 의원은 진술서를 공개하며 "유 이사장의 진술서는 학우들의 행적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었다"며 "그의 진술서에 내 이름은 모두 78번 언급되었다"고 했다.
이어 "나는 학생운동의 순수성을 피력하고 김대중 씨 등 정치권의 개입이 없었음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이 같은 진술은 공판에서도 유지됐다"고 강조했다.
◆ 유시민, 심재철 공개한 진술서 거짓말
심 의원이 진술서를 공개하자, 유 이사장은 당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이어 "1980년 3월 심재철 의원을 처음 만난 대목부터 완전히 창작이었고,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도록 성의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수사 당국을 속이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위를 할 때마다 신문에 났던 심 의원이 나 때문에 기소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진술서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나한테 없는 진술서를 공개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생각도 없다"며 "이 모든 일을 학생회 간부가 다 한 것으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 점만 이해해주면 된다"고 했다.
한편 신군부는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를 하며 정권을 장악했다. 이어 시위 주동자와 야당 정치인들을 체포했고 5·18 민주화 운동과 진압이 있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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