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문체부, 외교채널 동원해 판호 문제 안건 순위 높여야"
[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길이 3년3개월째 막힌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 의지를 다시 내비치면서 중국 정부의 판호(유통허가권) 발급 재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시 주석 방한을 기점으로 판호 발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시 주석 방한이 불투명해지면서 판호 재개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시 주석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통화에서 "연내 방한에 대한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혀 다시 판호 재개 문제를 논의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1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진행된 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장관은 간담회에서 "판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밑에서 중국 대사관과 비공식으로 논의하는 등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며 "판호 문제는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이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시 주석이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하면 판호 발급 재개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 함께 자리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다시 가능해지면서 외교부와 문체부 등 유관 기관들이 외교채널을 적극 동원해 판호 발급 재개 문제가 한중 논의 안건 가운데 상위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게임학회는 올해 초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나 시 주석 방한 시 중국 정부에 판호 발급 재개를 강하게 요청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부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을 빌미로 한국 게임에 판호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판호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 게임사는 외자판호를, 중국 게임사는 내자판호를 받는다. 올해 초까지 일본·미국·영국 게임에는 외자판호가 발급됐지만, 유독 한국 게임에만 외자판호가 발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한국 게임이 중국 정부에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을 휩쓸던 2000년대 수많은 중국 게임이용자들이 한국 게임을 즐겼고,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 게임을 모방하던 중국이 한순간에 한국 게임을 막은 것이다.
한편 국내 게임업체들은 가장 큰 수출대상국인 중국에서 판호 발급이 중단되면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 게임의 국내 시장 장악력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들의 중화권 지역(대만·홍콩 포함) 수출 비중은 2017년 60.5%에서 2018년 46.5%으로 1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중국 게임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지난해 2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의 '2019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업체들은 지난해 한국에서 1조916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애플리케이션 마켓 매출 상위권도 릴리스게임즈의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진규 기자 j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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