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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없어져라" 벽보 찢고 돼지머리 패고…극단 치닫는 女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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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페미니즘 정치인 반발하는 '백래시' 현상 늘어나
대학가 대자보·후보 포스터 훼손 등
최근 5년간 성폭력·데이트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 꾸준히 늘어

지난 1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안티페미니스트 집회' 당시 시위 참가자들이 장난감 망치를 이용해 삶은 돼지머리를 내리치는 모습. / 사진=인터넷 영상 캡처

지난 1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안티페미니스트 집회' 당시 시위 참가자들이 장난감 망치를 이용해 삶은 돼지머리를 내리치는 모습. / 사진=인터넷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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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페미니즘 아웃, 거짓미투 아웃."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남역 9번 출구에서는 유튜버 왕자, 시둥이 등이 주최한 '제1회 안티페미니스트 집회'가 열렸다. 해당 집회는 지난 2018년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 모델로 일하던 중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발한 양예원 씨와 페미니즘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집회를 주최한 왕자·시둥이는 앞서 양 씨의 고발에 대해 '가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집회에서도 시둥이는 "또 다른 양예원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며 "이런 짓을 하면 집회가 열린다는 것을 보여줘야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집회에서 수십명의 참가자들이 줄지어 걸어가며 "페미니즘 정신병" 등 구호를 외쳤고, 삶은 돼지 머리를 땅바닥에 내려 놓은 뒤 장난감 망치로 내리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 페미니즘 활동 등 여성 인권 신장을 촉구하는 사회 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도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5월1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근처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 /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1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근처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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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투 운동은 지난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하며 촉발됐다. 이후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고 나선 5월 혜화역 시위, 가수 설리·구하라 등 여성 연예인 사망과 관련해 여성혐오 범죄 문제 해결을 촉구한 12월 혜화역 시위 등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그러나 국내 여성 인권 운동이 심화될수록 이에 대한 백래시(Backlash·젠더 운동 흐름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늘어났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 미투, 페미니즘 등을 비난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가 하면, 중앙대 등 대학가에서는 페미니즘 단체 대자보나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선거에 출마한 일부 여성 후보에 대해서도 나타났다. 앞서 제21대 총선에 출마한 페미니스트 여성 후보들의 벽보가 훼손되거나, 유세 현장에서 후보들에게 돌을 던지는 등 위협이 잇따랐다.


지난달 13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전날 오후 12시50분께 북아현동 주택가에 붙어있던 무소속 신지예 당시 후보의 선거벽보 눈 부분이 불에 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여성 후보 벽보 속 얼굴을 훼손한 사건은 그 자체로 길을 지나다니는 많은 여성을 불안하게 할 것"이라며 "정치인 개인이 아닌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공공연히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2일 낮 12시50분께 북아현동 주택가에 붙어있던 신 후보 측 선거 벽보가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에 의해 눈 부분이 불에 그을린 채로 발견됐다고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서울 서대문갑 무소속 신지예 국회의원 후보 측이 13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2일 낮 12시50분께 북아현동 주택가에 붙어있던 신 후보 측 선거 벽보가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에 의해 눈 부분이 불에 그을린 채로 발견됐다고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서울 서대문갑 무소속 신지예 국회의원 후보 측이 13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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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인근에서는 여성의당 이지원 당시 비례대표 후보가 유세를 하던 중, 갑자기 돌이 날아와 선거를 돕던 당원이 다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후보는 "여성이기에 겪은 폭력이자 여성의당이기에 겪은 공격"이라며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너도 나라에 몸 팔 수 있냐', '여자들이 목소리가 왜 이렇게 커', '내가 너 패고 간다' 등 숱하게 협박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데이트폭력·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 대상 범죄는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성폭력 범죄 발생 및 검거 검수는 2만8000건에서 3만1000건으로 9% 증가했고, 데이트폭력은 7200건에서 1만200건으로 41.5% 폭증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유포는 4800건에서 5900건으로 22.8% 증가했다.


전문가는 여성을 사회 운동, 공직 등에 나설 수 있는 '공적 주체'로 존중하는 문화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14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사회 운동가 및 공직후보자들을 단순 '젊은 여성'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며 "여성도 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공적 주체임을 알고 사회 전체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인식이 없기 때문에 관련 문제들이 계속 사소화되는 것"이라며 "이같은 폭력의 사소화가 계속 반복되면 학습 효과가 생겨 백래시가 확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들이 겪는 벽보 훼손·성희롱 등 문제에 대해서는 "선거는 단순 후보 개인 간의 경쟁이 아니다"라며 "공직후보자 선출과정이라는 인식, 그리고 이를 위한 적절한 공직 선거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명확한 지침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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