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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아저씨 억울함 풀어주세요" 극단선택 경비원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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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시비로 주민에게 폭행 등 시달려…유서 남기고 극단적 선택
추모 주민들 "있을 수 없는 일", "가해자 엄벌해야"
'경비원 폭행, 엄벌 요구' 靑 청원, 20만명 넘어
시민단체 "경비 노동자 죽음은 사회적 타살"

'주민 갑질' 피해를 당해 괴로워하다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 초소 앞에 마련된 작은 분향소. 사진=임주형 인턴 기자 skepped@asiae.co.kr

'주민 갑질' 피해를 당해 괴로워하다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 초소 앞에 마련된 작은 분향소. 사진=임주형 인턴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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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보고 싶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잊지 못할 거에요."


12일 오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는 주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최 모(59) 씨는 한 주민의 폭행과 시달림을 당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국화꽃 한 다발과 막걸리, 향초가 조촐하게 마련됐다. 경비초소 유리창에는 "항상 친절히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고인을 애도하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붙었다.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소식을 듣고 추모의 글을 남긴 익명의 주민도 있었다. 한 포스트잇에는 "창3동에 사는 아기 엄마예요.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소식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라며 "얼마나 좋은 분이셨을지 모든 분이 마음 아파하네요.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라고 애도했다.


또 다른 추모 글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아파트 식구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택배 찾으러 갈 때도 늘 친절하셨죠. 이런 사건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렇게 선하시고 순수하신 분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까지 억울하네요. 선생님 덕에 편히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등 주민 갑질로 인해 괴로워하던 그를 몰라봐서 미안하다는 글이 이어졌다.

주차 문제로 주민과 시비가 붙어 욕설과 폭행 등 피해로 괴로워하다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 초소 앞에 마련된 작은 분향소. 경비원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 사진=임주형 인턴 기자 skepped@asiae.co.kr

주차 문제로 주민과 시비가 붙어 욕설과 폭행 등 피해로 괴로워하다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 초소 앞에 마련된 작은 분향소. 경비원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 사진=임주형 인턴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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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에는 지속해서 주민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이 아파트 주민 30대 여성 A 씨는 ""안타까운 일이다"라면서 "다음 생에서는 편안한 일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비실 인근에 마련된 정자에서 담배를 태우던 40대 입주민 B 씨는 "참 마음이 그렇다"라고 짧게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 C 씨는 "그 경비원 아저씨는 주민들 대부분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정말로 아파트를 자기 것처럼 아껴주고 주민들과 누님 아우 하며 살았다"며 "그래서 주민들이 직접 분향소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70대 주민 D 씨는 "이 아파트가 처음 세워질 무렵부터 여기서 살았는데 그 경비원 아저씨가 가장 훌륭했다"며 "성실하고 건강하고 어른이든 아이든 다 잘 따를 만큼 참 착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그리됐는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가해자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20대 주민은 "(경비원 폭행한 사람은) 빨리 처벌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정말 충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갑질'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실 내부. 사진=임주형 인턴 기자 skepped@asiae.co.kr

'주민 갑질'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실 내부. 사진=임주형 인턴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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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 씨는 10일 오전 2시께 자신의 집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자신이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께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로 50대 주민 E 씨와 시비가 붙었다. 이후 E 씨는 최 씨를 폭행한 뒤 관리사무소로 끌고 가 경비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최 씨는 결국 이튿날 상해 등 혐의로 E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 일을 두고 일부 주민들은 지난 5일 긴급 입주민 회의까지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씨는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에 숨졌다.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E 씨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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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13일 오전 1시30분 기준 25만5,268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경비 아저씨는) 정말 좋으신 분이었다. 입주민들에게 매번 잘해주시고, 자기 가족인 것처럼, 자기 일인 것처럼 매번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희생하시는 성실한 분이었다"면서 "아침마다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인사해주시며 힘든 출근길에 웃음을 주시는 비타민 같은 존재셨다"고 밝혔다.


이어 청원인은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주차 문제로 인해 사건이 시작됐다면서 폭행을 가했던 입주민 E 씨가 근무시간에 최 씨를 몇 차례 때리고 폭언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가해자가) 연예계 종사하는 분, 매니저 일하던 분이라고 들었는데, 조폭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면 수사 진행을 부탁드린다"라며 "마음 같아서는 사형 집행을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철저히 다 수사해서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다. 사형은 아니더라도 무기징역을 원한다"고 엄벌을 요구했다.


그는 "경비아저씨들도 한 가정의 사랑받는 소중한 할아버지이자 남편, 아빠다. 입주민의 갑질이 없어져야 한다"며 "제발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엄한 형벌이 나올 수 있게 같이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12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고 최OO 경비노동자 추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정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고 최OO 경비노동자 추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정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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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민단체들은 가해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진보정당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고(故) 최OO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이날 오전 경비실 앞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모모임은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가해 주민의 사과, 아파트 경비노동자 관련 제도 정비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번 경비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의 비관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고 밝혔다.


추모모임은 "2014년 1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가 입주민 갑질에 스스로 분신해 목숨을 끊은 지 6년이 지났다"며 "하지만 대낮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막말과 갑질, 폭력 끝에 경비원이 또다시 숨졌다. 강남과 강북에서 6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고령의 경비노동자는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도 받지 못한 채 일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이들은 인간으로서 대우받기를 포기한 채 일한다"며 "이번 사건을 이 시대 취약계층 감정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시작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최 씨의 발인은 원래 이날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유족들은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먼저 받겠다며 발인을 14일로 미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는 11일 '갑질 폭행' 등 의혹을 받는 주민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이 주민을 이번 주에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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