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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nudge리더십]"전채요리 먼저, 식사도 조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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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위기의 극복과 만남의 에피타이저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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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기업과 공익법인에서 일하고 있지만, 대학교는 사범대학을 나왔다. 덕분에 전공필수과목 중에 '카운슬링'이라는 상담과목이 있었다. 벌써 40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 당시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말해준 상담 사례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내용은 이렇다. 이혼 위기에 몰린 부부가 찾아 왔는데, 마침 때가 되어 같이 식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남자가 식사를 매우 급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식사 좀 천천히 하시지요. 먼저 에피타이저도 드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헤어지기 전에 "이 조언을 곰곰이 잘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며칠 후 다시 교수님을 찾아온 부부는 이혼 생각은 철회하고 잘 살아보겠다며 "교수님 조언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교수님의 설명은 급하게 식사하는 스타일로 미루어 보아 밤에 이루어지는 부부관계도 짐작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식사할 때 먼저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우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먹으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그 조언을 잘 헤아려 대화나 식사, 부부관계를 바꾼 덕분에 이혼 위기를 극복하게 되었다고 했다.


당시 대학 3학년의 어린 나이에 그 의미가 얼른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평생 살아오면서 머리 속을 맴도는 주제였다. 사람끼리의 관계를 형성하거나 대화를 할 때 '기승전결'의 순서가 있다.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본론에 바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식사자리에 앉으면 바로 밥과 찌개에 수저를 넣으며 살아온 꼴이다. 이 때문에 입을 데이기도 하고 제대로 맛도 모르고 살아온 모양새다.


그러면 직장 생활은 어떠한가? 특히 상사와 부하의 대화도 오로지 업무만 남아있는 것은 아닌가? 아침 출근 후의 첫 대면에서부터 심각한 대화로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결재, 회의, 업무 협의 등에도 우리는 너무 급하게 살고 있는 듯하다. 식사 때의 에피타이저처럼 차 한 잔 먼저 나누며 가벼운 대화로 시작하면 어떨까? 가능하다면 건강이나 취미생활, 혹은 부하직원 어머님의 근황에도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매일 실천하기가 어려우면 매주 첫 업무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어떨까? 이런 대화 노력은 주로 동료들이나 높은 직급에서 먼저 해야 할 덕목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나 탄력근무 등을 불가피하게 시행했지만 회사가 무난하게 돌아가는 모습에 사뭇 놀라는 모습들이다. 눈부시게 발달한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빠르게 적은 시간, 높은 성과 조직으로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떨까?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늘고 눈에 보이는 근무 시간이 줄어도 조직과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성과를 내려면 직원들의 마음을 사야할 것이다.


그 답을 대화의 에피타이저에서 찾아보자. 월요일 책상에 앉으며 "팀장님들 모여보세요. 어제 먹었던 과일이 좋아서 조금 가져 왔습니다. 준비된 커피와 함께 나누지요"라고 해보는 것이다. 모처럼 결재판 갖고 찾아온 팀장에게는 "김 팀장님, 표정이 좋네요. 지난번 아들 문제가 잘 풀린 모양이지요?"라며 한 번 되물어주자. 다음 날이면 팀장들이 다른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시작할 것이다.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1978. 2 진주고등학교 졸업


▲1982. 2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외교학과 부전공


▲2002. 2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마케팅 전공)


▲2006. 2 - 현재 : 한국지식가교 대표


▲2009. 7 - 현재 :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1985. 8 - 1997. 2 대우 (현, 포스코인터내셔널) 인사부 부장


▲1997. 11 - 2000. 2 대우 경영기획부 부장



'넛지리더십'이란?

-'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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