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대변혁의 시대…<4> 언택트 경제
외식도 언택트 시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에서 한 고객이 서빙 로봇이 전달한 음식을 집어 들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에서 한 고객이 서빙 로봇이 전달한 음식을 집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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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의 레스토랑 '메리고키친'. 천천히 다가온 서버(server)의 쟁반 위에는 주문한 음식이 가득 놓여 있었다. 그런데 쟁반을 든 이는 사람이 아니다. 자율주행 서빙로봇이 주방부터 주문한 테이블까지 음식을 가져온 것이다. 음식을 테이블로 옮기자 이 로봇은 도움에 감사하다는 듯이 화면에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며 돌아섰다. 감탄하고 있는 사이 서빙로봇이 일사불란하게 제자리로 갔다. 테이블 주위엔 갓 조리된 마늘 올리브 파스타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점심 방문한 메리고키친에서는 주문과 결제, 음식을 받는 과정이 모두 비대면(언택트)으로 진행됐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홀에서 서빙을 돕는 점원이 한두 명 눈에 띄었지만 레스토랑에 들어와 한 시간 가량 식사를 하고 나서기까지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는 스마트오더,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외식산업에 활용될 최신 기술이 이곳에 모여 있어 가능했다. 이탈리안 퓨전 레스토랑에서의 멋들어진 외식이지만, 누구와도 대면하지 않았던 '언택트'한 한끼를 되짚었다.

◆스마트오더로 주문에서 결제까지 = 지난해 문을 연 메리고키친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푸드테크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그동안 연구ㆍ개발해 온 외식업 미래 기술이 적용돼 있는 곳이다. 이 기술은 주문, 서빙, 매출 관리 등 음식점 운영 전반에 걸쳐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로봇이 서빙을 하는 '미래식당'이라는 최첨단 이미지와 달리 자연 친화적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반겼다. 환한 조명과 식물을 콘셉트로 한 벽면, 밝을 컬러의 테이블은 온실과 같은 따뜻함을 전하고 있었다. 기능은 미래지향적이되 고객에게는 익숙한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레스토랑 측의 설명이다.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주문은 앱을 통해 하기로 했다. 배달의민족을 실행해 상단의 QR코드 버튼을 누른 뒤 테이블에 배치된 QR코드를 찍었다. 곧바로 이곳에서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사진과 함께 나타났다. 메뉴를 확인하고 선택해 주문, 결제까지 이뤄지는 과정은 집에서 배달 앱을 사용했을 때와 동일했다. 일행과 함께 선택한 메뉴는 두 종류의 파스타와 샐러드 하나, 음료 2잔, 모든 것이 언택트로 진행돼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매장 누비는 서빙로봇 = 이젠는 서빙 로봇이 등장할 차례다. 메리고키친에는 매장 내 테이블 구성, 고객과 직원의 동선, 주방과 테이블 간의 거리 등을 감안해 가장 잘 맞는 두 종류의 로봇이 배치돼 있다. 먼저 음료를 가져온 건 벽쪽 모노레일을 타고 움직이는 두 대의 로봇이었다. 직원이 주문한 테이블 번호를 로봇에 입력하면 로봇이 레일을 따라 움직여 테이블 앞에 정확히 멈춰 선다. 로봇이 전한 음식을 테이블로 옮긴 뒤 버튼을 누르면 이 두 대의 로봇은 다시 레일을 타고 돌아간다.


목을 축이는 사이 메인 메뉴는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서빙로봇이 가져왔다. '딜리플레이트(이하 딜리)'라고 불리는 이 로봇은 한 번에 최대 4개 테이블에 음식을 나를 수 있다. 총 4개의 선반을 가지고 있어서다. 최대 50㎏까지 적재할 수 있고 쉽고 편한 조작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바로 작동시킬 수 있다. 점원이 딜리의 쟁반에 음식을 올려놓고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딜리는 주문자의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로 이동한다. 장애물을 마주치면 알아서 피해간다. 하단에 장착된 두 가지 센서 덕이다. 이 센서들은 각각 아래쪽 장애물과 위쪽 장애물을 인지한다. 머리 부분에 있는 카메라는 천장에 미리 설치된 표식을 인식해 서빙로봇의 위치를 보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메리고키친에선 LG전자의 '클로이 서브봇'의 테스트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 로봇들은 무거운 접시를 나르고, 여러 테이블을 오가는 등 단순하고 힘든 일을 도맡으며 가게 일을 돕고 있었다.


임무를 마치면 획 돌아서는 로봇의 서비스가 따뜻한 한끼를 원하는 이들에게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이 같은 의구심에 대해 메리고키친 관계자는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장점이 있다"고 했다.


◆올해 전국 200개 업소에 300대 공급 = 우아한형제들의 실내 서빙로봇은 지난해 11월부터 상용화가 시작돼 현재 전국 16개 식당에 23대가 공급돼 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강원도 속초, 경남 창원 등 전국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또 우아한형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 50곳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두 달 간 무료로 서빙로봇을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로봇의 서빙을 받는 식당이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음식점주들의 만족도도 높다. 속초 청초수물회앤섭국 지상엽 지배인은 "무거운 그릇을 끊임없이 나르는 일을 대신해주면서 직원들은 고객과의 소통에 시간을 더욱 많이 할애할 수 있게 됐다"며 "고객 응대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서빙로봇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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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은 올해 딜리의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 이사는 "연말까지 200개 매장에 딜리플레이트 300대 공급을 목표로, 다양한 메뉴를 취급할 수 있도록 로봇 솔루션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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