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기민한 전자이야기’는 전자·기계제품, 장치의 소소한 정보를 기민하게 살펴보는 코너 입니다. 광고,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따끈한 신상품, 이제는 추억이 된 제품, 아리송한 제품·업계 용어와 소식까지 초심자의 마음으로 친절하게 다뤄드리겠습니다.
최근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으로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 지분을 매각한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면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두산솔루스의 주요 사업부문인 OLED 소재는 익히 알려졌지만 '동박'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아직 생소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기민한 전자이야기'에서는 동박이 어떤 소재인지, 사업의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두산솔루스 매각 이야기가 나오기 전부터 업계에서 동박은 ‘뜨는 소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요. 스마트폰·5G용 회로기판(PCB), IC칩·USIM 등에 많이 쓰이던 동박이 최근에는 2차전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2차전지용 동박(전지박)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차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뜻합니다. 2차전지 내부는 크게 양극재, 활물질, 전해액, 음극재, 분리막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동박은 2차전지의 음극재에 포함되는 지지체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이동경로 역할을 하고,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도 외부로 방출합니다. 동박은 머리카락 두께의 15분의 1정도 수준의 얇은 구리 호일을 이용해 고도의 공정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동박이 얇을수록 음극에 더 많은 활물질을 채울 수 있고, 이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전기차용 동박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4단계의 공정과정을 거치는데요. 우선 고순도 원재료를 전해질 용액에 녹여 제박용 전해액을 제조합니다. 제조된 전해액 내 구리 이온을 드럼에 도금한 후 일정 두께로 맞춥니다. 도금된 드럼에서 이처럼 생산된 전지박을 두루마리 휴지처럼 둘둘 말게 되는데요. 이후 이를 고객이 요청한 사이즈에 맞게 절단하게 됩니다. 이후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두께는 균일한지 검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말씀드린대로 전세계 동박 수요가 최근 몇 년 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통상 스마트폰에는 1개당 동박은 4g정도 들어가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수요가 폭증한 겁니다.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에는 동박은 35kg~40kg가 사용됩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동박이 쓰이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4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계가 예상하는 2025년 전세계 시장규모는 14조3000억원입니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이차전지용 동박 시장 점유율은 중국기업인 장춘(CCP)과 Wason 등이 선두권을 달리고 있고, 국내기업인 SK넥실리스(옛 KCFT), 일진머티리얼즈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동박을 신성장 사업으로 꼽아 시장에 진출한 상황입니다. KCFT는 과거 LS엠트론의 동박 사업이 모태인데요. LS엠트론은 실적부진으로 인해 동박사업을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에 30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SKC가 지난해 6월 KCFT 인수를 공식 발표했고 올해 1월 주식대금 1조2000억원을 완납해 인수 절차를 마무리 했습니다. 최근에는 SK넥실리스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지난해 10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두께의 초극박 동박을 1.4m 광폭으로 세계 최장인 30km 길이로 양산하는 기술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존 스마트폰·5G 용 동박 사업을 진행했던 두산솔루스도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 사업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두산솔루스의 모태이 ㈜두산의 전자 BG는 2014년 룩셈부르크 서킷포일을 인수해 동박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주로 회로기판용 동박을 생산하다가 2018년 헝가리에 동박 공장을 착공했습니다. 지난해 별도 회사로 독립한 두산솔루스는 올해 하반기 헝가리 공장이 준공되면 연간 1만톤 규모를 목표로 동박 양산에 돌입합니다. 헝가리에서 생산된 동박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유럽 2차전지 업체에 납품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동박 산업의 미래가치와 사업성 때문에 두산솔루스 지분의 가치를 높게 책정해 매각하는 방안을 세웠습니다. 두산솔루스의 4일 기준 시가총액은 9758억원인데요. 두산은 미래가치 등을 포함해 회사의 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과 박정원 회장 등의 지분 61%와 경영권의 가격을 8000억원 규모로 매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가 어려운 만큼 인수할 기업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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