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더딜지언정 가야 할 길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2주년에 이어 곧 6·15선언 20주년, 한국전쟁 70주년이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남북이 분단되고 대결할 수밖에 없었던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과 민족적 운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남북 간 마지막 체제경쟁일 수도 하고, 어쩌면 평화통일 연착륙을 위한 시작점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국내적, 국제적 접점 찾기를 재가동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접근법이자 동력으로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다시 주목된다.
한반도의 한자는 한국 한(韓), 절반 반(半), 섬 도(島)자이다. 끝 글자를 칼 도(刀)자로 바꾸면 한반도가 칼로 자른 것처럼 절반으로 나눠져 있다. 한국은 북한이 중간에 있어 대륙으로부터 단절된 체, 북한도 마찬가지 이유로 해양으로부터 단절된 체 섬처럼 살아왔다. 한반도의 한을 원통할 한(恨)으로 바꾸면 그동안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국제정치적으로 한 맺힌 반도였다. 한계 한(限)으로 바꾸면 주변 강대국들의 압박으로 제약이 많은 한반도였다. 그러나 이제 한반도는 유한(有限) 반도가 아니라 무한(無限) 반도로 거듭나야 한다.
평화는 현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이다. 이전 ‘비핵·개방·3천’은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국민소득 3천 달러가 되도록 돕겠다는 물질적 유인책이었지만 자존심 강한 북한의 반발을 가져왔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신뢰를 내세웠지만 내심 북한의 붕괴를 전제했기 때문에 불신을 초래했다. 하지만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북한을 상생공존 파트너로 인정했다. 멀리 있는 통일보다 가까운 평화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다. 남북이 그래도 적대정책을 거둔 것은 이번 정부의 성과이다.
프로세스란 과정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란 역사적 진전을 위한 미래구축, 통일구축으로의 여정이다. 이번 정부는 향후 2년 어떤 성과를 내어야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인가?
당장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 협력 사업 추진이 간단치 않다. 북한에겐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은 중점 사업이며 문화, 체육, 인도주의적 지원은 하위 사업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실향민의 방북 등 하위 사업은 북한 입장에서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철도연결사업도 환영할 만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남북 보건협력사업도 북한이 우리 기대에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면 호응 시 발병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원해줄 중국이 뒤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천명한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라도 해야 한다. 미중 모두 국내문제에 치중한 상태에서 주변 관리가 여유롭지 않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치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하위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동시 난이도가 큰 중점사업 또한 ‘일부러라도’ 해야 한다. 북한이 받고 싶어 하고, 한국만이 해줄 수 있는 것을 주어야 프로세스가 계속 되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미국의 설득이다. 힘들어도 피해나가서는 안된다. 한미 간 방위비 분담 협상처럼 어려워도 버티듯 미국과의 터프한 금강산관광 협의를 각오해야 한다. 중점 사업이 가능해지면 하위 사업은 절로 따라오게 된다. 넓은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정지작업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세스의 수레바퀴를 다시 움직이고 좁은 길을 지나 점차 넓은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프로세스는 시간을 요한다. 때문에 향후 2년 동안 최대의 성과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되 조급증은 경계해야 한다. 혹 ‘더딘 발걸음일지언정’ 그간 노력이 부정되지 않는다.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히 유지해 바통을 잘 넘기는 것만으로도 평화프로세스는 역사적 전진으로 기록될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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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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