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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부담스러운 트럼프 '코로나 리얼리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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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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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사회를 분열의 시대로 몰아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이후 확대된 갈등 양상은 그의 임기 마지막 해에 발생한 코로나19로 더욱 극명해졌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자택대피령을 해제하라며 몰려가는 시위대 차량 앞을 정면으로 가로막고 당당히 선 의료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현재 미국 국론 분열의 상황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위기 앞에 똘똘 뭉친다는 미국의 전통도 이번에는 소용이 없어 보인다. 9ㆍ11 테러 당시 뉴욕시의 무너져내린 건물에서 생존자와 실종자를 구해내기 위해 전 국민이 일심동체가 된 상황을 지금 코로나19 사태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울 전쟁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합심해 노력하던 모습도 사라졌다.


코로나19 갈등은 꽉 막혀버린 경제의 혈을 뚫는 과정에서 또다시 폭발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밥줄이 달린 갈등은 정치적 이슈로 확산되고 정치인들은 이를 조장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시계추를 돌려 미국의 국론이 가장 심각하게 분열된 때인 남북전쟁 시대로 돌아가보자.


노예 해방을 두고 벌어진 국론 분열은 사상 유례가 없는 내전으로 이어졌고 참혹한 결과를 낳았지만 미국을 제대로 된 국가로 재탄생시킨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드로 윌슨 전 미 대통령은 "남북전쟁은 이 나라에서 전에는 결코 없던 것인 국가적 의식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치열한 국론 분열의 과정에서도 분명 성과가 있던 셈이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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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월간 이어진 남북전쟁 중 사망한 전투원 수는 약 14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두 달간 미국 내 사망자는 벌써 4만10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이 상황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미 정부가 10만~20만명의 사망을 각오해야 한다고 한 전망과 비교해봐도 남북전쟁 이상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 대통령은 남북전쟁과 노예 해방을 담은 수정 헌법 통과 후에 난제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이 진단은 유효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내세우던 경제 치적이 모두 사라졌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TV를 통한 물량 공세다. 그는 하루 1~2시간을 브리핑에 할애하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는다. 공공연하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온다.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는 영상은 물론 정적들이 자신에 대해 칭찬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그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식 '코로나19 리얼리티 쇼'다.


쇼를 통해 문제가 고쳐지면 다행이겠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식 땜질 처방이 난무한다.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물러서는 듯하면서도 뒤로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갈등과 시위를 조장하기까지 한다.

아마도 오는 11월 미 대선까지는 이런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게 분명하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오즈의 마법사'처럼 커튼 뒤의 사기꾼이 누군지 드러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사회의 모습에 대한 지성인들의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더 이상 그에게 무엇을 바랄 것인가.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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