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증금 못 낸 시티플러스,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유찰 위기

인천공항 T1 4기 면세사업자 선정 잡음 지속
시티플러스, 임대보증금 납부시한 넘겨 유예 요청
공항공사, 코로나19 반영 예외적 유예 결정
기존 면세사업 후보자들과 형평성 논란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단독[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SM면세점, 그랜드관광호텔 등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4기 면세사업권을 포기한 가운데 중소·중견면세점 부문 면세사업 파트너로 확정된 시티플러스까지 사업권을 포기할 위기에 처했다. 사업권을 얻어낸 업체들이 무더기로 면세점 운영을 포기하면서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가 텅 비어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면세업계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T1 4기 중소·중견 면세사업권 협약을 체결한 시티플러스는 임대보증금(보증서) 제출 시한이었던 지난 16일까지 이를 제출하지 못하고 납부 기한 유예 신청을 냈다. 시티플러스가 낙찰받은 구역은 DF9(전 품목)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시티 측 요청을 수용해 발표일(4월 6일)로부터 한 달 후인 5월 6일로 기한을 연장해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변수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당초 인천공항의 면세사업자 선정 절차(RFP)를 위반하는 일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면세사업자는 공항공사와의 표준계약서를 쓰고 입찰보증금을 납부한다. 이후 예비 사업 파트너로 지위가 격상되는 시점부터 임대보증금(보증서)을 10일 내에 제출해야 한다. 보증서는 서울보증보험 등 민간 보증보험사로부터 재무지표와 향후 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토대로 발급받는다.

인천공항공사의 이례적 결정에 기존 후보군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그랜드관광호텔 등 일부 사업자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임대보증서 지급 기간 유예를 요청했지만, 이 같은 요구는 원칙상의 이유로 묵살됐다. 납부 시한을 제대로 지킨 다른 면세사업자들 역시 표정이 어색하게 됐다. 코로나19라는 변수를 감안해도 과거 임대보증서 제출 시한은 철칙으로 여겨졌다. 2015년 화장품 기업 참존, 마스크팩 전문기업 리젠 등이 대표적 사례다.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점에서 입찰보증금 몰수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원칙대로 자행됐다.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던 인천공항공사가 납부 시한을 연기해준 데는 공사 측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4기 면세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향수·화장품(DF2)과 패션·기타(DF6), DF3(패션,기타)와 DF4(주류,담배)까지 사업자 선정에 실패한 바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을 비롯해 중소·중견면세점인 SM면세점과 그랜드관광호텔이 코로나19 등 어려운 상황과 과도한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줄줄이 기권했다. 대기업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 중소·중견면세점에서는 엔타스듀티프리만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오는 9월 면세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시티플러스가 협상 파트너로서 지위를 얻게 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을 고려해 임대보증서 제출 기한을 늘려주게 된 것"이라며 "만약 최종 계약이 어려워져 입찰보증금 몰수할 경우 사업자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