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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하락하는 국제유가…60년 카르텔 OPEC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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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급감…공급 조절 통한 가격 조정 불능
美·멕시코 등 비회원국 입김 세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감산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속절없이 하락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영향력이 한계를 노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OPEC 중심의 원유 정치ㆍ경제학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OPEC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결속과 무력감이라는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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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의 한계는 최근 유가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루 970만배럴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과 같은 배럴당 19.8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20달러를 밑도는 현상이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대규모 사태에 OPEC의 영향력이 작동하지 않는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달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감산을 시도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좌절되자 증산에 나섰다. 수요 급락 속에 공급이 급증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세계 원유 저장고들은 이미 가득 찬 상태가 됐다.

사우디가 자해공갈에 가까운 증산 결정을 내린 이면에는 OPEC의 영향력 악화라는 환경 변화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1960년 9월에 창설해 올해 60주년을 맞은 OPEC은 국제석유시장의 안정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창설된 자원 카르텔이다. 과거 OPEC은 석유파동 등을 통해 유가를 4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 전세계 유가 시장을 흔들면서 유가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OPEC는 러시아 등과 손을 잡고 OPEC+를 새롭게 만들어, 산유량을 결정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OPEC이 더는 원유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인식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한때 OPEC은 세계 원유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때도 있었지만, 점차 가격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 주도권 상실의 씨앗은 OPEC이 뿌렸다. 유가가 산유국 간의 담합 때문에 오를 때마다, 세계 각국과 기업은 원유 자원 탐사에 나서 새로운 유전을 개발에 나섰고, OPEC의 주도권이 약화됐다.

OPEC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 러시아 등과 손을 잡고 OPEC+를 통해 공급량을 통제하는 정책을 폈다. 인위적인 고유가의 결과물로 등장한 것은 미국의 셰일혁명이었다. 과거라면 채굴할 수 없는 유전이었던 곳들이 셰일혁명을 계기로 원유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 덕에 미국은 2016년 이래로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400만배럴 증가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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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패권국 미국은 석유 순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힘을 갖게 됐다. 최근 댄 브룰렛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면서 석유의 정치학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과거 미국이 원유를 수입했을 때와 달리 이제는 미국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OPEC+ 감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세를 올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자급자족이 가능해지면서 부릴 수 있는 배짱이다.


이제 OPEC 스스로가 이제는 생산량 조절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OPEC 소속 회원국이 제재 또는 내전 등에 휘말리면서 전체 산유량 규모를 신축성 있게 조절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주요 산유국이었던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의 경우 미국의 제재로 국제 시장에서 원유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리비아나 나이지리아의 경우 내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감산 논의가 나올 때마다 OPEC은 사우디만 쳐다보지만, 사우디는 이런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시장 환경 변화를 두고서 "한때 공포의 대상이었던 OPEC이 이제 임종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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