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이 서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 마스크로 가린 얼굴사이에서는 간절함이 묻어있는 눈빛이 드러난다. 일찍 온 순서대로 번호표가 배부되고, 번호표를 받지 못한 이들 사이에선 탄식이 흘러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정부지원 대출 현장의 모습이 아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와 게임 ‘동물의 숲’을 구매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대형마트 등 판매처 앞에서 이어져온 모습들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게임사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는 ‘광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달 출시된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인기를 끌며 평소 게임을 즐겨하던 마니아층을 비롯해, 게임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게임기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게임기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며 물량이 부족해지자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36만원이었던 스위치의 가격은 60만~70만원대로 올랐고, 동물의 숲 캐릭터로 포장된 특별판의 경우 80만~90만원대까지 값이 뛰었다.
최근에는 이마트의 가전용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에 소량의 재고가 입고된다는 소식에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이마트 측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번호표를 배부한 뒤 고객들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현재 재고를 문의하는 전화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에서도 연일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11번가는 ‘월간 십일절’을 통해 오후 4시 ‘닌텐도 스위치’ 판매를 예고하자, 온라인에서 ‘클릭전쟁’의 움직임도 보이기 시작했다. 또 지난달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출시된 직후 SSG닷컴의 ‘선물하기’ 코너에서는 3주째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좌표’도 등장했다. 실시간으로 전국 매장의 ‘닌텐도 스위치’ 재고현황을 올려주는 것으로, ‘좌표’의 등장과 함께 해당 매장의 제품은 품절된다. ‘닌텐도 스위치’ 구매에 성공한 소비자들은 자랑의 글을 올리기 바쁘고, 댓글에는 ‘의지의 한국인’ 등 부럽다는 내용이 줄을 잇는다.
'닌텐도 스위치 광풍'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이 제기된다. 코로나19 감염우려를 비롯해 지난해 하반기 일본의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불매운동에서 벗어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매운동이 절대 강요될 수는 없다. 개개인의 선택을 저 역시 존중한다. 하지만 우리들이 한번만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적기도 했다.
하지만 당분간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품귀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 코리아측은 "한국 시장용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닌텐도 스위치 본체 및 조이콘 등 주변기기 출하가 지연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공지한 바 있다. 닌텐도 측은 4월 상순 경에 추가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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