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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 낯익지만 낯선 유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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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 낯익지만 낯선 유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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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탈리아 피렌체의 상징인 두오모 성당에서 글쓴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아이스크림을 먹는 개였다. 두오모 성당 옆 벤치에 앉은 노부부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데리고 나온 개에게도 먹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 나면 개에게도 어김없이 한 입 줬다. 개는 할아버지가 먹고 나면 다음이 자기 차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글쓴이는 개의 마음속에 들어가기라도 한 듯 그 기쁜 마음을 알겠다며 두오모 콤플렉스로 향한다.


두오모 콤플렉스란 두오모 성당, 성당의 돔형 지붕인 큐폴라, 성당 바로 옆 조토의 종탑, 성당 뒤편의 박물관, 산 조반니 세례당까지 산 조반니 세례당 일대를 일컫는 말이다.

글쓴이는 특히 '천국의 문'으로 불리는 산 조반니 세례당의 동쪽 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천국의 문에는 구약성서 속 이야기 열 개를 표현한 청동 부조 작품이 장식돼 있다. 다소 낯선 이탈리아 조각가 로렌초 기베르티(1378~1455)의 작품인데 우리에게 낯익은 미켈란젤로(1475~1564)가 섬세한 아름다움에 반해 천국의 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럽 인문 산책'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유럽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오모 콤플렉스라면 당연히 두오모 성당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는데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천국의 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글쓴이 윤재웅 동국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에 대해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로 꾸준히 세상을 그려 왔다고 소개한다. 유럽 인문 산책으로 우리는 윤 교수가 그려 주는,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는 색다른 유럽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은행나무는 윤 교수에 대해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깊게 성찰하고 시의 세계를 탐닉하는 국문학자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윤 교수는 학술서 '미당 서정주', 평론서 '문학 비평의 규범과 탈규범', 소설 '판게아의 지도', 동화 '들썩들썩 채소 학교' 등 많은 책을 저술했다. 하지만 스스로 시를 사랑하는 독자라고 고백한다.


프랑스 산책의 첫 장을 장식한 곳은 파리 몽파르나스 공원묘지에 있는 시인 샤를 보들레르(1821~1867)의 묘지다. 윤 교수는 딸이 프랑스어로 녹음해 준 보들레르의 시 '상승'을 틀어 놓고 묘에 경배한다. 자녀나 제자에게 애송시를 가르쳐 시의 주인공 앞에서 낭송하게 하는 것은 윤 교수가 시인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한 소박한 헌정 방식이다. 상승은 윤 교수가 열일곱 살에 매료됐던 시다.


글에서는 학자보다 시인이 쓴 듯한 감성이 묻어난다. 두오모 성당 앞에서 개에게 눈길이 갔던 것도 시적 감수성 때문이었을 터. 상승을 비롯해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의 '초원의 빛',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9)의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르고', 김영랑(1903~1950)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다양한 시를 중간중간 소개한다. 독자에게는 유럽을 음미하는 새로운 감상법으로 다가온다.


시는 물론 소설·영화·음악·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끌어온 재료로 한 편 한 편 글을 완성해 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윤 교수의 발길은 캐나다의 신문기자였던 제레미 머서가 쓴 소설 '시간이 멈춰 선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컴퍼니(2005)'에 나오는 센 강변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로도 향한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1919년 설립됐다. 윤 교수는 이 서점에서 아일랜드 출신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율리시스'와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1906~1989), 영화 '비포 선셋' 등을 떠올린다.


유럽 인문 산책에는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을 걸으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담겼다. 윤 교수의 발길이 닿은 도시는 모두 열다섯 곳. 밝고 환한 약 60장의 사진도 눈길을 끈다.


(윤재웅 지음/은행나무/1만6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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