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동반자살 시도" 주장, 살인혐의 부인
유족측 "동생 죽음 받아들이기 힘들어" 재판장에 엄벌 호소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를 과다 투약해 남자친구를 숨지게 한 이른바 '부천 링거 사망 사건'과 관련, 피고인인 여자친구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검찰은 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임해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간호조무사 A(32·여)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이 앙심을 품고 약물로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마약류 취급만 인정하고 살인 등의 혐의는 모두 부인하지만, 이사건 수사 및 공판결과를 종합하면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의 죽음에 동의한 적이 없고, 자격증 취득을 하며 미래를 준비한 30살 청년이었다"며 "피고인은 자신이 처벌받지 않기 위해 (동반자살할 것처럼)방법을 계획·실행했고, 수사기관서 조사를 받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게 유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라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이날 최후 진술을 통해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인이라는 무서운 오해를 받게 돼 또 한 번 죽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살인이라는 누명으로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혼자 살아남은 제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살인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 무섭다. 저는 살인자가 아니다"며 "(남자친구를)말리지 못하고 동요돼 (동반자살 시도를)결정한 것에 대해 제 자신을 원망하고 후회한다.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준다면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A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프로포폴 등을 처방전 없이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만 인정하고 살인 혐의는 전면 부인해왔다.
유족 측인 피해자의 누나는 이날 법정에서 미리 써온 탄원서를 읽으며 재판장에게 피고인의 엄벌을 호소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밥 먹고 오겠다'며 슬리퍼를 신고 편한 차림으로 나갔던 동생이 다음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며 "아직도 가족들은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6년간 동거하던 남자가 있으면서도 동생과 결혼하겠다며 저희 집에 인사를 왔다"며 "(범행 후)불구속 상태에서 필라테스를 배우고 자신의 가족과 맛집을 다니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사건 당일 모텔 CCTV에서 피고인과 제 동생이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애틋한 사랑을 해서 동반자살을 계획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엄중한 처벌을 받는 것이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넋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만큼, 피고인의 죗값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주시길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2018년 10월 21일 오전 11시 10분께 경기 부천시 한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남자친구 B(사망 당시 30세)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또 프로포폴 등을 처방전 없이 B씨에게 투약하고 2016년 8월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이 폐업하자 의약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씨는 마취제인 프로포폴, 리도카인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사건 당시 B씨와 모텔에 함께 있던 A씨도 검사 결과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치료농도 이하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은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위계승낙살인죄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뒤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살해한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보강 수사를 벌인 검찰은 A씨와 B씨가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A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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