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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새들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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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주아세안대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은 아세안도 예외가 아니다. 4월 6일 현재 아세안 10개국의 총 확진자 수는 1만 3000명을 초과했으며, 그 수치도 지속 증가 중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도시 봉쇄, 출입국 제한, 야간 통행금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세안 대부분 국가들은 병상수나 국가 보건재정지출 비율이 세계 평균을 밑돌고, 의료 인력, 장비의 공급도 열악한 관계로 감염병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에도,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아세안은 우리 국내 방역의 골든타임 확보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

지난 2월말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용 방호물자의 수요도 급격히 늘었다. 당시 국내 조달이 어려운 탓에 봉제·의류 산업이 발달한 인도네시아가 우리를 위한 방호복 제작에 긴급 참여하게 됐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자리 잡은 우리 교민업체들이 적극 동참함으로써 약 200만장에 달하는 방호복의 국내 이송이 가능하게 됐다. 3월 중순에는 미얀마 소재 우리 기업이 생산한 방호용 멸균가운 8만 장이 우리 군용기를 통해 국내로 긴급 공수됐다. 이렇듯 우리가 절실했던 순간에 아세안내의 공급망이 큰 힘이 돼 주었다.


이곳 아세안에서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와의 협력과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아세안 회원국이 우리 진단키트에 관심을 표하고 있으며, 한국의 의료장비 지원과 경험 공유를 요청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달 자카르타 소재 아세안 사무국에서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전략 등을 설명했을 때에도 모든 아세안 대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와의 협력을 희망했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과 아세안 차원뿐이 아니라, 아세안 플러스 3(한·중·일) 차원에서도 부각되고 있다. 4월 7일 개최된 아세안 플러스 3 보건장관 화상회의에서 한국은 그간의 국내 조치들을 소개하고, 감염병 확산억제, 의료전문가 양성, 기술 공유 등 3개 분야에 대한 아세안과의 협력의지를 천명했다. 아세안 보건장관들도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의지를 표명했고, 동아시아 각국의 협력과 연계만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지역적 해법이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동아시아의 코로나19 공동 대응노력은 이제 정상 차원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올 해 한·중·일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한국과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은 코로나19 사태 공동 대응을 위한 아세안 플러스 3 화상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해 왔다. 조만간 개최될 이 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과 한·중·일 13개국이 경험과 지혜를 나누면서 공동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의 모범국가인 한국의 역할과 기여가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 다시금 부각되고, 아세안 국가들의 협력요청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1월 아세안 플러스 3 정상회의에서 “새들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 라는 정호승 시인의 글을 인용했다. 당시는 보호무역의 세계적 확산과 불확실성의 증대에 맞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보다 튼튼한 협력의 토대를 만들자는 취지였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광풍이 몰아치는 지금, 튼튼한 집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가 다시금 읽히고 있다고 한다. 역병의 공포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 그리고 우애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람 중심의 교훈이 ‘사람, 번영, 평화’의 세 기둥으로 지어진 신남방정책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당장은 눈 앞에 닥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이 끝났을 때 그로부터 우리가 어떠한 교훈을 얻고 또 어떠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도 중요한 평가의 잣대가 될 것이다. ‘보건 한류’의 힘으로 더 센 바람에도 끄덕하지 않는 한-아세안 협력의 집이 지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임성남 주아세안대사>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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