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00만 국제도시에 부적절한 발언 비판
정 후보 "'겸양'의 덕담 차원, 지역주민께 죄송"사과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지역 비하 발언이 또 말썽이다.
4·15 총선에서 인천 연수갑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정승연 후보(53)가 인천을 '촌(村)구석' 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후보는 31일 오후 자신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유승민 의원을 소개하면서 "평소 존경하는 유 의원이 인천 촌구석까지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촌구석'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의 구석진 곳을 일컫는 말이다. 서울, 부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인구 300만명을 넘어선 대도시이며,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영종·청라 국제도시가 있는 인천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사용한 셈이다.
정 후보의 이 발언을 의식한 듯 유 의원은 "인천이 어떻게 촌이에요?"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그러나 정 후보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정정하지 않은 채 "이렇게 찾아 와주신 유 의원 팬 여러분과 지지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했다.
정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촌구석에서 뭐 하려고 국회의원 출마하느냐", "광역시가 촌이냐", "국제도시를 갑자기 촌구석으로 만들어버렸다", "인천에서 낳고 자란 토박이로서 기분이 나쁘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에 "유 의원에게 감사의 인사로 겸손하게 발언한 것이 오해를 샀다",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려다 한 말인데 왜 꼬투리를 잡느냐"는 등 정 후보의 발언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들도 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일자 정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먼저 심려를 끼쳐드린 연수구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인천 촌구석'이라는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여러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발언은 정당 대표를 지내신 유승민 의원 방문에 '겸양'의 덕담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옛말에도 집을 찾은 손님에게 '누추한 곳을 방문해주어 감사드린다'는 식의 표현의 있듯이, 제 고장을 찾아준 손님에게 건넨 미덕 차원의 인사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인 정 후보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당시 민주당 박찬대 후보에게 214표 차이로 져 낙선했다. 이번 총선에서 박 의원과 다시 맞붙게 됐다.
통합당의 인천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정태옥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데서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현 미추홀구) 이런 쪽으로 간다"고 말해 인천·부천시민의 공분을 샀다.
그는 이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자유한국당을 자진 탈당했다가 지난해 1월 복당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천 촌구석은)제2의 '이부망천' 발언"이라며 "시골을 낮잡는 '촌구석' 이라는 말로 인천을 소개하는 사람이 인천시민을 대표하겠다며 나설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했다.
현 대변인은 "정 후보가 '겸양의 덕담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무의식에서 나온 겸양의 말이 자신의 출마지역을 '촌구석'이라고 비하하는 것이라면 더욱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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