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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코로나19' 고군분투 두달…47번의 브리핑, 불안한 국민에 믿음 심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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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
메르스 겪으며 내공 쌓아…질본 첫 여성본부장 임명
"머리 만질 시간도 아깝다" 쇼트커트 24시간 비상근무

왼쪽 사진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하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 오른쪽은 지난달 3일 모습.<이미지:연합뉴스>

왼쪽 사진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하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 오른쪽은 지난달 3일 모습.<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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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2017년 질병관리본부장에 오른 정은경이 지난해까지 본부장 자격으로 언론 브리핑에 나선 건 4번이다. 올 들어서는 상황이 돌변했다. 25일까지 총 47번, 마이크를 잡은 시간만 2400분에 달한다. 지난 1월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던 중국인 여성이 검역 과정에서 이상증상을 나타냈고, 이튿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정 본부장은 국민 앞에 서서 새로운 감염병에 관해 소상히 알렸다. 명절 연휴를 며칠 앞두고 우리 사회가 느슨한 상태라고 판단했는지 짧고 단호한 어조로 국민과 의료기관의 협조를 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생기자 발원지로 꼽히는 우한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해 입국자 검역을 강화하는 등 사전대비를 해둔 터였다.

이후 두 달가량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당국의 방역정책을 두고 대내외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오가고 있으나 정 본부장 등 질본에 대해선 대다수 국민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차분하게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평소 업무나 주변을 대할 때도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숨진 이에 대해 언급할 때면 목이 메어 짧게 말을 멈추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메르스 사태 책임지고 좌천 = 1989년 서울대 의대를 나와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딴 정 본부장은 경기도 한 보건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5년 질본의 전신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때부터 홍역 등 감염병과 가깝게 지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일선 보건소나 역학조사관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그런 경험 덕분이다.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초기 방역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 본부장은 이후 2004년 질본이 정식 출범하기 전후로 기관 내 주요 부서를 거쳤으며 보건복지부를 오가며 질병이나 응급의료분야를 맡았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당시 최일선에서 업무를 맡으며 풍파를 겪기도 했다. 그 직전 해 복지부에서 질본으로 복귀해 질병예방센터장으로 있다가 메르스 사태가 불거졌다. 정 본부장은 당시에도 실무반장을 맡아 국내 환자 발생 현황이나 이동동선 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종식된 후 진행한 감사원 감사에서 정직 처분요청을 받았다. 그의 상사인 질병관리본부장은 해임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부터 정 본부장과 함께 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나눠 맡고 있는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방역본부 부본부장) 역시 당시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으로 있으면서 같은 징계를 받을 처지였다.

지난 2018년 11월 서울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문호남 기자 munonam@

지난 2018년 11월 서울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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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고 본부장으로 승진 = 정직은 공직사회에선 중징계로 꼽히는 만큼 사실상 그만두라는 의미다. 본인은 덤덤히 받아들였으나 정 본부장의 공과를 두루 알고 있던 공직사회 주변에선 소명에 나섰다. 이근면 당시 인사혁신처장은 최근 한 칼럼에서 정 본부장의 징계수위를 낮추기 위해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이 전 처장은 "평소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감염병예방이라는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그(정은경)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주변에선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내공이 한층 단단해졌다고 평한다. 결국 정 본부장은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아 질본에 남았고 이듬해 정권이 바뀌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본부장으로 올랐다. 2004년 생긴 질본의 첫 여성 본부장으로 실장직위(1급)를 건너뛴 흔치 않은 인사였다.


◆머리 손질한 시간도 없지만 후배들 걱정 = 24시간 비상상태로 있는 방역대책본부 공무원은 긴급상황실이나 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경 본부장 역시 마찬가지다. 질본 내부에서도 챙길 게 만만치 않지만 대구ㆍ경북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한 후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환자가 생기면서 각 지방자치단체, 공공ㆍ민간 의료기관 등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대응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리 손질할 시간도 아끼기 위해 더 짧게 자르는가 하면 한층 수척해진 모습에 주변의 걱정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본인의 건강을 묻는 걱정에는 "잘 견디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본인보다는 직원의 업무부담이 늘어난 점을 미안해했다. 방역업무의 경우 전문성이 중요해 단기간 내 인력충원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저를 포함해 모든 조직원이 담당 분야별로 최고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합시다.(중략) 여러분의 소중한 길에 끝까지 함께 가는 동료가 되겠다"는 취임사는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총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본부장.<이미지: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총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본부장.<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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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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