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장갑 70% 생산하는데"…말레이시아 공장 가동 축소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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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전 세계 의료용 장갑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기로 하면서 의료업계가 비상이 걸렸다고 25일 AP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의료용 장갑을 포함한 핵심 물품들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정부에 예외를 적용해 조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정부는 공장의 절반만 가동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수출 이전에 국내 수요에 먼저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고무장갑 제조업협회의 데니스 로우 회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 업계에 대한 생산 중단 등은 세계 생산의 절대량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면서 "이는 전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협회 회원사들이 이미 190개국으로부터 수백만켤레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AP는 "말레이시아에서 전 세계 의료용 장갑 4켤레 중 3켤레를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조치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의료용 장갑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물량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의료용 장갑을 생산하는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말레이시아 고무장갑 제조 업체인 WRP 아시아 패시픽사의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에서 고무장갑 생산시 강제노동을 동원한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산 수입을 금지해왔던 조치를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CBP는 "최근 CBP가 확보한 최신 정보에 따르면 더이상 강제노동 상태로 고무장갑을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에서 의료용 장갑 부족 사태가 심각해진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 오리건간호사협회의 레이철 검퍼트 홍보 책임자는 "충분한 게 아무것도 없는 벼랑 끝 위기"라면서 "몇주 뒤면 의료용 장갑이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제품의 사재기나 배급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병원들은 공공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병원들에 같은 전염병의 환자를 치료할 때 장갑을 교체하지 말고 요리용 장갑의 사용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