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삶 멈춰"..조주빈, 오늘 검찰 송치...향후 수사 방향은?(종합2보)

성착취물 제작·판매 검찰 송치
"손석희·김웅·윤장현 피해 입은 모든분께 사죄"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김봉기 기자]텔레그램에서 '박사'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조주빈씨가 25일 검찰에 넘겨졌다. 그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 다수를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조씨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던 조씨는 이날 오전 8시께 경찰서를 나서면서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범죄자로 첫 신상공개 대상이 된 그는 포토라인에 서서 사전에 준비한 듯한 말들을 이어갔다. 조씨는 "손석희 (JTBC) 사장님, 김웅 기자님, 윤장현 (전 광주)시장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기자들이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자에게 사죄할 뜻이 없느냐 등 질문을 쏟아냈지만, 전방만 주시한 채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조씨가 손 사장 등 의외의 인물을 언급한 것을 두고 경찰 측은 "(조씨의) 사기사건 피해자일 수 있다"면서 "조주빈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일부는 접촉 중이며 확인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조씨와 성 착취물을 거래했거나 회원으로 가입한 혐의 등을 받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한편 조씨는 이날 목에 깁스를 하고 머리에 반창고를 붙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체포된 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해를 시도한 탓이다.

조씨는 고액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피해자들로 하여금 성 착취물을 찍도록 했다. 이 영상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속 '박사방'이란 곳에서 유포했다. 현재까지 조씨를 비롯해 텔레그램 사건과 관련해 126명이 검거됐고, 이 중 19명이 구속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거된 운영자 조주빈뿐 아니라 조력자, 영상 제작자, 성착취물 영상을 소지ㆍ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에 대해 경찰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로 넘겨진 조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인권감독관과 주임검사를 만난 후 구치소에 입감됐다. 검찰은 최대 20일간 조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 그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과 경찰은 조씨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찾아낸 범죄 수익금 1억3000만원 외에도 추가 수익금을 추적하는 한편,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나머지 회원들도 검거해 유죄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6개월이 구형된 n번방 전 운영자 '와치맨'에 대해서도 보강수사가 이뤄진다.

법무부도 n번방 사건에 대해 강력 처벌을 약속했다. 법무부는 전날 "적극 관여자의 경우 범행 기간과 이원 및 조직, 지휘체계, 역할분담 등 운영구조 방식을 철저히 규명해 가담 정도에 따라 법정 최고형 구형을 검토할 것"이라며 "n번방 등의 디지털 성범죄가 지휘ㆍ통솔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범죄단체 조직죄'(형법 114조)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