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삶 멈춰줘서 감사"…'박사' 조주빈, 오늘 검찰 송치(종합)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 송승윤 기자]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박사' 조주빈씨(24)가 25일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던 조씨는 이날 오전 8시께 경찰서를 나서면서 얼굴이 공개됐다. 이달 16일 체포된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해를 시도한 탓에 목에는 깁스를 하고 머리에도 반창고를 붙였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그는 포토라인에서 준비한 사죄 발언을 하면서 시종일관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손석희 사장님, 김웅 기자님, 윤장현 시장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면서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말했다.혐의 인정 등 취재진의 추가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구청ㆍ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의 범행이 악질적ㆍ반복적이라고 판단, 전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다. 살인 등 강력 범죄가 아닌 성범죄로 인해 신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날 종로경찰서 앞에 몰려든 시민들은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며 목소리를 소리 높였다. 기본소득당, 여성의당, 민중당 등 정당과 활빈단 등 시민단체는 조씨가 호송차로 이동한 뒤에도 "박사방에서 영상을 본 가담자들 역시 처벌해야 한다"고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오전 8시4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조씨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수사관에 이끌려 곧장 청사 건물로 들어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조씨를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았다.

조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인권감독관과 지정된 주임검사를 만난 이후 구치소에 입감된다. 현재는 서울구치소에 입감될 확률이 큰 것으로 알려졌으나 서울 동부구치소에 입감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최대 20일간 조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 그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