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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준수할 자신이 없어요" 민식이법 시행 첫날부터 '개정' 청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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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전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출처 - 아시아경제DB]

잠전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출처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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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및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인 일명 '민식이법'이 25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시행 첫날부터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책임을 운전자에게만 지게 하는 '악법'이라며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숨진 김민식 군 이름을 따 만들어진 법안이다. 크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으로 나뉘는데, 이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자동차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동에 대한 사망 혹은 상해 사고를 낼 경우 가중 처벌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운전자가 제한속도(시속 30㎞)를 위반해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혹은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제는 제한속도를 지켰다고 하더라도 전방 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운전자가 시속 30km 미만으로 서행하던 중 보행자 아동의 무단횡단으로 사고가 발생해도 운전자의 과실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자 과실이 0%여야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민식이법'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다.


실제로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한 보행자가 사고를 당해도 운전자가 전방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하여 운전자에게도 20~30%가량의 과실을 인정하는 게 통상이라 대인(對人)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 과실이 0%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등과 같이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되는 12대 중과실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과실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운전자들은 운전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민식이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민식이법 전면 시행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에는 '민식이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주차 금지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어린이 보호 구역 내의 어린이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칙상으로 운전자의 과실이 0%가 된다면 운전자는 민식이법에 적용받지 않지만 2018년 보험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운전자과실이 20% 미만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0.5%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일반 사람들에게는 운전자가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고 생각을 해도, 법원에서는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청원자는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의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20.5%로 성인보다 2배 이상 높은데 아이들의 돌발행동을 운전자에게 무조건 조심만 하라고 하는 건 비현실적이자 부당한 처사"라면서 "모든 운전자를 해당 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법안이며, 운전자들에게 극심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25일 오전 9시 기준 2만3000여 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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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에 올라온 '민식이법을 준수할 자신이 없습니다. 법안 개정과 정부 역할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에서는 구체적인 개정안을 제시했다. 교통사고를 내본 적이 없다는 20대 운전자라고 소개한 해당 청원자는 "대한민국 대부분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그리고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최대한 주의하며 주행을 한다"며 "대한민국 운전자 중에 아이를 조금이라도 다치게 하고 싶은 어른이 어디 있겠나"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발생한 민식 군의 사고 영상을 보게 됐는데, 운전자가 과연 민식이를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었나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며 "가해 운전자 차량이 시속 23km였고, 좌측에는 신호대기 중인 차량이 있어 사각지대였다. 그 사각지대에서 아이가 전속력으로 달려 나오면 어떻게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정부도 이 법이 운전자에게 요구하는 수준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스쿨존 내 횡단보도 구간 제외한 인도 펜스 설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스쿨존 구간에 반사경 설치 ▲스쿨존 내 모든 횡단보도 앞과 뒤에 과속방지턱 설치 ▲스쿨존 내 불법주정차 차량이 관여된 사고 발생 시 불법주정차 차량에도 동일한 처벌 수위 적용 ▲내비게이션 및 지도 앱 경로 탐색 옵션에 '스쿨존 제외' 추가 권고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페인트로 '어린이보호구역'이란 표지판 몇 개 달아놓고 '알아서 조심하시라'며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과 의무를 전가하는 정부는 마치 '나는 달리는 쇳덩이니까 보행자가 알아서 조심하시라' 말하며 도로로 나서는 어느 나쁜 어른의 모습과 닮았다"며 "부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하고 쉬워질 수 있도록 속도를 맞춰 달라"고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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