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是是非非] 인포데믹과 언론의 새로운 역할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강재원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및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원장

정부가 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전 세계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확대 적용한 1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부가 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전 세계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확대 적용한 1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AD
원본보기 아이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만큼이나 공포를 가져다주는 전염병이 있다. 영어로 '인포데믹(infodemic)'인 정보전염병이다. 이는 '잘못된 정보'가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잘못된 정보와 루머는 오히려 더 빠르게 전파된다. 작가 김연수의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과 영화감독 박찬욱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그려진 바와 같이, 의도되지 않은 오해와 풍문이 빠르게 전파된 결과는 개인과 사회에 아픈 상처를 남긴다. 미국의 작가 필립 로스의 소설 "휴먼 스테인"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접할 수 있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살고 있다. 인터넷 곳곳에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가 넘쳐난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쉽지 않다.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또는 가짜인지를 명확히 구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진위를 떠나서 정보의 출처를 신뢰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보고 고민한다. 신뢰는 정보원의 믿음으로부터도 생성되는 것이다. 저마다 전문가라고 나서서 내 말이 진실이라고 외치는 시대, 흘러넘치는 정보의 양만큼이나 시민들이 얻기 어려운 중요한 가치가 바로 사회적 신뢰이다. 사회적 신뢰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간의 믿음이다. 사회학자 로버트 푸트남은 동시대에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사회적 자본 중 핵심은 사회적 신뢰라고 주장한다.

[是是非非] 인포데믹과 언론의 새로운 역할 원본보기 아이콘


혹자는 언론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언론은 전문주의에 빠져서 그 동안 시민과의 소통에 소홀히 해왔다. 언론은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귀를 닫고, 내 말을 믿으라고 윽박지른다. 세상이 변하면서 이러한 언론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과거 권력자의 권위에 기대서 언론이 말 한마디만 하면 이에 순종하는 시민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더불어 전통적인 언론이 지닌 정보의 독점과 해석의 힘이 사라져서 언론의 말(뉴스)을 그대로 믿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이제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정보 사회에서 효율적으로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 분석하는 힘을 갖게 된, 시민들 모두가 전문가일지 모른다.

우리는 포스트트루스(post-truth)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용어는 1992년 테시히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탈진실로 번역되는 이 말을, 정치 토론을 묘사하며 썼다. 이후 학자들은 사회의 전반적인 환경을 규정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몇몇의 학자들은 우리가 탈진실 사회를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지금의 사회는 첫째, 감정과 개인적인 믿음이 사실보다 더 중요하고, 둘째, 이야기의 진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셋째, 권위에 대해 불신하며, 마지막으로 공포와 우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에 호소하는 특징을 지닌다.

[是是非非] 인포데믹과 언론의 새로운 역할 원본보기 아이콘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신뢰 상실의 디지털 전환 시대 혹은 믿음이 진실보다 더 중요해진 탈진실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회적 신뢰를 잃음으로써 시민들이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피로, 공포, 갈등 등이다. 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할까? 언론이 스스로의 역할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


언론은 스스로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언론은 최고가 아니다. 귀를 열고 겸허하게 정보에 그리고 소문일지라도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언론은 그간 배운 것을 해체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것을 습득해야 한다. 무오류의 원칙, 폐쇄적 사고, 전문가의 권위주의, 동질적 집단의 자기 확증편향, 통제와 객관성의 논리 등 해체해야 한다. 이들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언론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는 지를 언론 스스로가 물어봐야 한다.




강재원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및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원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