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방역당국과 임상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위생수칙으로 손 씻기를 제안하는 가운데 비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죽이는 '천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과학적 원리를 통해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의 김용관 연구사는 1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비누에 함유된 계면활성제 성분이 코로나19를 비롯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바깥쪽을 구성하는 지방층 일부를 녹여 구멍을 낸다"며 "막에 구멍이 뚫리면 그 바이러스는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코로나19 등을 유발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모두 표면에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다. 이 돌기 중 감염 가능성이 높은 주요 부위가 야생동물 등 중간 숙주나 사람 세포의 '리셉터'와 달라붙어 감염병을 일으킨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엔벨로프'로 불리는 지방층 막에 꽂혀 있는데, 비누의 계면활성제가 지방질 일부를 녹여 형태를 파괴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증폭하지 못하고 사멸한다는 것이다.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은 서로 다른 성질의 경계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분자를 뜻한다. 이 특성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방층에도 잘 달라붙고, 물 분자를 좋아하는 '친수성' 때문에 비누거품을 제거할 때는 사멸한 바이러스가 물에 잘 씻겨 내려가게 한다.
김 연구사는 "알코올 성분의 소독제로도 바이러스를 사멸할 수는 있지만 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완벽히 제거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팰 소더슨 교수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누가 코로나 바이러스 최외부 막을 분해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이미지와 글을 올렸다.
국내외 임상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접촉한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면서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한다"며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꼼꼼하게 씻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연구사도 "손톱 안쪽 같은 미세한 부위까지는 어렵겠지만 손등이나 손바닥, 손가락 등을 비누와 물로 잘 씻는다면 바이러스의 99%는 제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연구사를 포함해 15명으로 구성된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은 박쥐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등 야생동물로부터 발병하는 감염병과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들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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