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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처럼 되긴 싫어요" 밀레니얼 세대의 이유있는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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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기획 - 세대공존, 함께 만드는 사회]
<9>우리의 미래는 당신의 지금이 아니에요

'나이=계급' 자기 주장만 강한 기성세대
대놓고 무례한 행태에 감정 들끓어
취업 등 무한경쟁 빠진 세대 몰이해

도전·노력중인 어른 '리스펙트' 대상
수평 구조 기반한 세대간 존중 요원

"기성세대처럼 되긴 싫어요" 밀레니얼 세대의 이유있는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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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어른은 청년을 가르치고, 청년은 그런 어른을 존경한다. 사회의 경험은 그렇게 대를 이어 전수된다. 그런데 요즘은? '어른은 꾸짖고, 청년은 반항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웃어른과 아랫사람 사이 관계가 바뀌기 시작했다. 요즘 세대는 어른이 간 길을 무작정 좇으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정하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대체 이 사회를 지탱해온 가치와 상식에 어떤 변화가 온 것일까. 밀레니얼 세대로 상징되는 요즘 아이들은 갑자기 툭 하고 태어난 돌연변이인가, 지금의 기성세대는 그 전의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나쁜' 사람들인가. 아니면 지금의 '괴리'는 신세대와 구세대 간 반복돼온 갈등의 재연일 뿐일까.

"우리는 그렇게 늙고 싶지 않아요"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를 보면서 그들처럼 되고 싶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그들처럼 살아가는 게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본인들이 살아온 틀에만 갇힌 채 괴팍한 행동을 하는 어른들이 너무 쉽게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 샤브샤브(23ㆍ별칭)는 "나이가 계급인 양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으로 '기성세대'를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기주장만 펼치는 어른들은 마주치기조차 싫다"고 했다. 슬램덩크(22)는 좀 더 강도 높은 대답을 내놨다. "솔직히 말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나이가 많은 것이 특권인 양 행동하는 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젊은 우리보다 예의범절이 결여됐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어른에 대한 젊은이의 반감은 아주 일상적인 곳에서, 사소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대중교통에서 나이를 무기 삼아 양보를 받아내려 하거나, 카페나 식당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반말부터 해대는 어른들. 처음엔 사소한 일이라 생각하며 그냥 넘겼다. 하지만 이런 무례함이 끊임없이 반복되니 결국 반항심이 꿈틀거린다. 슬램덩크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 반말로 주문하는 아저씨,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막 밀치며 새치기를 아주머니를 보면 처음엔 그러려니 했어요. 그런데 계속 그런 사람들과 섞여 살다 보니 미워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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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통은 당신들이 만들어놓은 세상 탓"


이런 젊은이를 보고 어른들은 이렇게 질문할지 모른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고. 밀레니얼 세대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 제가 받고 있는 고통도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비롯됐다고.


현재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큰 고통은 취업난이다. 살인적인 취업률, 빼곡히 들어찬 공무원시험 학원 강의실. 물론 기성세대가 겪은 가난에 비하면 육체적인 고통은 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엔 '하면 된다'라는 말이 가능했다.


요즘은 어떤가. 조기교육ㆍ선행학습을 성실히 이행해 소위 좋은 대학에 입학해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해도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스펙 쌓기라는 무한 경쟁이 다시 시작된다. 이러한 경쟁 구조는 과거 혹은 현재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게임의 룰이다.


청년들은 이런 무한 경쟁 시스템에 찬성표를 던진 적이 없다. 지칠 대로 지친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가 청년이던 그 시절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상상까지 한다. 엘리스(25)는 "기성세대들이 취업 준비를 하던 때로 가서 과연 어느 세대가 더 힘든 취업시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건지 비교해보고 싶다"고 했다. 불가마찜질방(33)도 "9급 공무원이 되려고 3년을 준비했다. 기성세대 시절이라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공무원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고 했다.


"물론 닮고 싶은 어른도 있죠"


그렇다고 밀레니얼 세대가 어른들에게 무조건적인 반감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꼰대스럽지 않은, 특별함이 있는 기성세대에 대해선 그들처럼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김작가(27)는 "주변에 캠핑과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어른이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고 감명해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때 역사 선생님도 떠오른다. 정년퇴임을 앞두셨지만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셔서 수업용 학습지도 매년 만들 정도였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어른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나보다 우월한 존재를 보면 자연스레 그 사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제 '나이'는 더 이상 존경받기 위한 요소로서 설득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특별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를 벼슬로 여기는 사람보다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도태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들을 '롤모델'로 삼고 또 닮고자 하는 것이다. 변화와 노력은 청년에게만 강요되는 덕목이 아닌 사회가 됐다.


"젊은이들의 비판을 고민해볼 때"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무언가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말처럼 기성세대에게 변화와 열정이라는 단어는 쉽게 조응되지 않는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에 반문하고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을 때 존경과 존중은 따라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과거 우리 사회가 수직적 구조를 바탕으로 한 효율성을 중시했다면 현재는 평등한 관계에서의 세대 간 존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비판은 기성세대의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더 나아가 수직ㆍ위계적인 구조에서 탈피하도록 돕고 있는 셈이죠." 최 교수는 이어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자유로운 의견 교환으로 인한 창의성이 중요 덕목이 된 시점에 어른들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비판은 한국 사회에 던지는 건강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지금의 세대 갈등은 과거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환경이 좀 많이 바뀌었다. 새 세대가 늘 그렇듯 지금의 밀레니얼은 더 솔직해진 것뿐이고, 척박해진 삶은 그들을 더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다. 내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해봐야, 책임을 나눌 그 전 세대는 이미 세상에 없다. 책임을 통감하고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냐, 밀레니얼과의 공존을 택할 것이냐 아니냐. 화두는 아이들이 던졌고, 선택은 기성세대의 몫이 됐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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