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주력산업 붕괴로 직격탄을 맞은 지방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급랭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계기업·자영업자 속출 우려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시중은행 보다 건전성이 취약한 지방은행의 경우 시련의 한해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총 대출 중 금융감독원이 추산한 부실징후기업수 상위 4개 업종인 기계장비, 부동산, 자동차부품, 금속가공 업종 관련 비중은 2019년 9월말 기준 26.9%로 나타났다. 시중은행(17%) 대비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 붕괴로 해당 산업 의존도가 높은 부산·울산·경남 등 '부울경 벨트'와 전북·군산 등 지역 경기가 직격탄을 맞았고, 지역 거점 은행에 위험이 고스란히 전이됐다. 주력산업 위축은 고용 악화, 자영업 경기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 전반을 망가뜨렸다. 지역 경기 침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경북의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각각 0%, -1.1%를 기록했다. 자동차, 조선 등 지역 내 주력산업 부진 영향으로 업황이 바닥을 다지고 있지만 회복세는 여전히 늦다.
부울경 벨트 거점 은행인 경남은행의 경우 눈에 띄게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대출 중 3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2018년 9월 1.27%에서 2019년 9월 1.59%로 상승했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은 1.12%에서 1.56%, 자영업자대출은 0.42%에서 0.72%로 부실채권비율이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지역 경기가 급랭, 지방은행은 수출 및 내수에서 모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확진자 발생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고, 감염 우려에 따른 외출 기피로 자영업 등 밑바닥 경기도 침체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몰린 대구는 지역 경제가 마비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경기 판단기준인 소비자동향지수(CIS)는 대구·경북 지역이 올해 1월 70에서 2월 57로 급락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가 있었던 2015년 5월 81에서 6월 66으로 하락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대구은행 등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들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대출 건전성 관리도 강화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처지다.
특히 지방은행은 경기 둔화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 부담이다. DGB금융과 BNK금융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전체 여신의 60~70%대를 차지하는 데다 자영업자 대출 비중도 전체의 20%대를 넘어 높은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주력산업 위기로 인한 부실 확대에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를 만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한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규대출 확대, 만기연장 등의 금융지원이 불가피해 향후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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