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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씨네마포 - 영화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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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개관, 영화 애호가들의 성지
지나간 독립·예술영화 상영·상품판매
4~6명 모여 관람 가능한 미니영화관
맥주·팝콘 먹으며 원하는 작품 요청도
LP·티셔츠·엽서 등 영화 굿즈도 다양

카페 '씨네마포'의 인기요인으로 꼽히는 미니 영화관.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의 '미스 슬로운'이 상영되고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카페 '씨네마포'의 인기요인으로 꼽히는 미니 영화관.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의 '미스 슬로운'이 상영되고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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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서울 마포구에는 '시네필(Cinephileㆍ영화 애호가)'의 성지로 떠오른 곳이 있다. 팝콘에 맥주를 마시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이곳을 천국이라고 부르는 시네필도 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수역 1번 출구에서 골목길을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면 누군가의 천국을 만날 수 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카페인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영화관인지 정체가 모호한 '씨네마포'라는 곳이다.


반지하가 딸린 지상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한 씨네마포는 지난해 8월 초 문을 연 이후 영화 팬들의 집결지로 자리 잡았다. 영화관에서는 만나보기 힘들었던 지나간 독립ㆍ예술영화를 상영하고 다양한 영화 상품을 판매하면서 유명해졌다. 150㎝ 높이였던 반지하 천장을 철거해 층고가 높은 1층으로 바뀐 공간이 영화 카페다. 25평 남짓한 1층의 중앙, 원래 반지하였던 곳을 4~6명이 모여앉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미니 영화관으로 만들었다. 영화관 주위로는 책장과 2인용 테이블 4개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을 방문했던 지난 19일에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The Lobster, 2015)'가 상영되고 있었다. '더 랍스터'가 끝난 후에는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의 '미스 슬로운(Miss Sloane, 2016)'이 상영됐다. 상영작이나 시간이 고정돼 있지 않은 것이 여기만의 장점이다. 날씨에 따라 어울리는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 영화를 틀어주기도 한다. 이곳에 마련된 블루레이(Blu-ray Discㆍ기존 DVD보다 영상과 음향의 품질을 높인 휴대용 저장매체) 중 원하는 작품이 있다면 누구든 상영을 요청할 수 있다. 가끔은 직접 보고 싶은 영화 블루레이를 가져오는 관객들도 있어 부탁을 받아 상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씨네마포는 반지하가 딸린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해 시네마천국이 됐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씨네마포는 반지하가 딸린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해 시네마천국이 됐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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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포라는 이름은 마포에 있는 문화 공간인 '씨네 마포', 영화 디자인 회사 '4rest(포레스트)'가 운영하는 카페라는 두 가지 뜻을 함축하고 있다. 윤세준 '4rest(포레스트)' 대표는 "영화에 관련된 작업을 하다보니 좋은 영화들이 상영관에 너무 짧게 걸렸다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한 장소에서 좋은 영화들을 오랜 시간, 많은 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렇게 시작된 공간에 커피와 맥주, 팝콘, 핫도그 등 다양한 메뉴까지 추가되면서 현재의 씨네마포가 완성됐다.


윤 대표는 카페 이름에 숨은 의미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떤 것을 위한 영화'라는 뜻의 'Cinema for'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면서 "'for' 다음에 오는 단어는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공간이 될 수 있게끔, 이 공간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포에 자리 잡게 된 이유에 대해 "초중고를 이곳에서 나와 개인적으로는 고향 같은 곳이기도 했다"면서 "홍대에는 독립서점 등 여러 문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은데도 영화 관련 공간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미니 영화관을 둘러싼 책장을 LP, 블루레이, 티셔츠 등 자신의 취향대로 고른 영화 굿즈들로 빼곡하게 채웠다. 1980~1990년대 개봉한 고전 영화부터 최신작까지 애니메이션, 공포, 로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다보니 엽서나 포스터, DVD 등 다양한 상품을 통해 영화를 추억하려는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방문객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서울에서 집 다음으로 제일 좋아하는 공간. 정신차려 보니 블루레이+DVD 40장 넘게 산 곳"이라고 이곳을 소개하기도 했다.


씨네마포에서 판매하고 있는 영화 OST LP와 배지/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씨네마포에서 판매하고 있는 영화 OST LP와 배지/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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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독립영화 감독들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11월에는 인근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배우 박정민이 방문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일본 영화 관계자들이 방문한 이후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단다.


여기에 들어서 좋아하는 영화의 장면을 담은 엽서 몇 가지와 포스터를 구매하면 '입장권' 두 장을 받는다. 옛날 영화표를 모티브로 제작한 입장권에는 '마지막 횡재' '반지하 제왕: 뱃지 원정대' 등 영화 제목 패러디를 비롯해 영업시간, 소셜미디어 아이디, 와이파이 주소 등 정보가 담겨 있다. 가운데 하단에 적힌 '#빨리_커서_멀티플렉스_될래요'라는 포부가 눈길을 끈다.


윤 대표는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은 '이 공간에 앉았다'라는 추억을 가질 수 있고, 어떤 공간에서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즐겼다는 기억도 남길 수 있다"면서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서 영화 한 편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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