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 수십조 쏟아지는데…규제 늘고 유인책 적은 '대토보상'
3기 신도시 등 개발사업에 토지보상금 수십조 풀려
정부, 부동산 재유입 막으려 대토보상 제도 장려
하지만 규제 늘고 유인책은 적어 효과 반감 우려도
전문가, '원주민 정착+이익공유' 보완책 필요 주장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토지보상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막기 위한 '대토(代土)' 보상이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유인책은 적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토권 담보대출 금지와 전매 처벌 규정을 명시한 토지보상법 개정안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토지소유주와 정부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대규모 사업이 잇따르면서 올해부터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이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토지보상금 액수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집계치는 아직 없지만 업계는 수도권에만 38조원, 전국적으로는 45조원 정도가 풀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된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지구를 시작으로 의정부 우정, 인천 검암역세권, 안산 신길지구 등 공공주택지구에서 뭉칫돈이 풀린다. 부천 역곡, 성남 낙생, 고양 탄현, 안양 매곡 등 도시공원 일몰 예정지와 인근 연접부지 활용사업 과정에서도 토지보상이 잇따를 예정이다.
정부는 개발사업에 따른 보상금이 주변 부동산 시장에 재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토지소유자에게 대토보상을 권장하고 있다. 대토보상은 공익사업에 강제 수용되는 토지의 소유자가 현금이 아닌 해당 지역의 다른 토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원주민의 재정착을 돕고,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집값이 상승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상당수 토지 소유자들은 여전히 대토보상에 소극적이다. 자금력이 없는 토지주들은 땅으로 보상받을 경우 다양한 제약 때문에 자체적으로 개발에 나서기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토권을 담보로 한 토지주들의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통상 보상으로 토지를 받은 원주민들은 이를 담보로 신탁사 등에서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내거나 대출을 갚고, 남은 돈을 활용해 다른 토지주들과 공동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한다. 대출이 막히면 현금 자산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대토 활용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앞으로는 그동안 편법적으로 이뤄지던 대토보상권 거래마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토지주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현행 토지보상법이 대토 계약 체결일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대토보상권의 전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그동안 신탁사들은 웃돈을 주고 토지주들의 현금보상 요청권을 사들여 논란이 돼 왔었다.
하지만 현재 전매제한 위반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보상법 개정안이 상반기중 통과될 것으로 보여 이같은 편법 전매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LH가 운용하는 대토 개발 리츠(REITsㆍ부동산투자회사) 참여를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 방식은 토지소유자가 토지를 리츠에 현물출자하면, LH가 주도해 개발사업을 진행한 뒤 수익을 토지소유자들에게 배분하는 식이다. 정부는 최근 대토보상권을 리츠에 현물 출자할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율을 기존 10%에서 15%까지 인상하는 세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내놓으며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리츠 투자는 토지나 건물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누릴수 없는데다 사실상 원주민 재정착이 불가능해 토지주들의 외면을 받아 왔다. 대토개발전문회사인 지디홀딩스의 이종훈 대표는 "기존 대토보상을 활용한 개발사업의 성과가 뛰어나긴 했지만 기본 취지인 원주민의 재정착과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토보상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행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정부가 대토보상 용지로 공급하는 공동주택 용지에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이를 원가 수준으로 토지소유자에게 공급하는 방식 등이다. 이 경우 토지소유자는 임대사업자로서 일정 기간 의무 임대를 해야 해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의무임대기간 만료 후에는 실제 거주도 가능한데다 시세차익을 원주민이 가져가 '개발혜택 공유'에도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대토보상 모델은 땅 소유자들의 재정착 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지역 내 무주택자들을 위한 주거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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