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중용을 강조한 논어의 경구다. 지나치다는 의미의 '과'자가 들어가는 말들은 대개 부정적 의미로 통용된다. 과식, 과음, 과보호, 과소비, 과로, 과속 같은 말들이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과함을 법으로 금지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과식한다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대표적 한류 콘텐츠인 '먹방(음식 먹는 방송)'은 불법, 유해 정보라는 이유로 차단을 당했을 테니 말이다.
과음도 마찬가지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마저도 법률로 혈중 알코올 농도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과속이 법적 규제를 받는 경우는 도로 조건에 따라 정해진 속도 이상으로 운전할 때만 해당한다. 이런 사례들로 볼 때 과함이란 누구나 어디서나 적용받는 절대적 기준으로 존재할 수 없다. 개인이 자유롭게 취할 수 있는 일상적 행동의 범위 중 하나다. 예외적으로 명백하게 타인이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만 국한해 법률로 제한한다. 그것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말이다.
게임분야에도 '과'자가 붙는 부정적 용어가 있다. '게임과몰입'이다. 이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나오는 법률용어다. 해당 법에서는 게임문화 진흥을 위해서 정부가 노력해야 할 예방 활동 가운데 하나로 과몰입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과몰입에 대한 구체적 정의는 없다.
법제처 정부입법지원센터에 따르면 법률용어는 '법을 적용할 때 의문점을 없애고 법적 분쟁을 예방함으로써 일관성 있는 집행과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예외도 있다. 사회통념상 일정한 의미가 있는 용어로서 정의 규정이 없이도 그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는 경우다. 아쉽게도 게임과몰입은 정의가 필요없을 만큼 일정한 의미가 되기에는 너무 낯선 '신조어'일 뿐이다. 과몰입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게이머의 권익보호는 물론 예방 활동의 성과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 아닌지 추측한다.
의미는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과몰입이라는 말이 '과'자가 붙은 다른 부정적 용어들과 같은 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어떤 것인지 살펴봤다. 법률적 용어라는 점에서 '과음'이나 '과속'과 비슷하지만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직접적 피해가 될 수 있는가를 따져봤을 때는 그 성격이 다르다.
주 52시간제에서 규제하는 '과로' 역시 재미있어서 즐기는 과몰입과는 의미가 다르다. '과식'도 물질적 속성이기 때문에 행동이 문제가 되는 과몰입과 결이 다르다. 그나마 '과보호'나 '과소비'가 행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몰입과 가장 유사한 용어인 듯하다. 과보호는 지나친 행동으로 특정 대상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게임에 몰입하는 행동이 게임 자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어서 이 말도 과몰입과 부합하지 않는다. 남은 건 과소비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말처럼 돈을 과하게 사용하는 것이나 시간을 과하게 사용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일상생활과 조화를 깨뜨린다는 점, 통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게임과몰입이 내포하는 의미와도 흡사하다.
과소비는 도덕적 지탄의 대상이 될지언정 법률적 제한은 받지 않는다. 반면 게임과몰입은 '중독'과 유사한 의미로 규정해 통제와 치유, 예방으로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만일 과소비의 폐해를 우려해 이를 통제하거나 예방하는 정책을 취한다면? 과소비자로 진단된 사람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기괴하다. 그럼 게임은?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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