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한 달…관련 뉴스 증가
일부 시민들 뉴스 시청 줄이는 등 불안·피로감 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오히려 코로나 뉴스 피하고 있어요. 그냥 지인에게서 전해 듣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이상 지속하면서 코로나19 관련 뉴스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도 27일 오후 4시 기준으로 1500여명을 넘어서면서 내가 언제 어디서 감염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상황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또 다른 부정적 사회현상이라 볼 수 있다. 사실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평소 코로나19 뉴스를 챙겨보다 이제는 지인들에게서만 소식을 전해 듣는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A 씨는 "매일 아침 어디서 확진자가 나왔고 환자의 건강은 어떤지 챙겨봤는데, 이제는 좀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만 아예 뉴스를 안 볼 수는 없고, 지인들이 단체 대화방에 올려주는 뉴스를 보는 식으로 피로감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도 "확진자가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니, 불안감이 큰 게 사실이다"라면서 "코로나19 감염 확산도 문제지만, 이런 불안한 일상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도 큰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각종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는 가운데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각종 재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 남녀 1931명을 대상으로 '재난 불안감을 느끼는지 여부'(2015)를 조사한 결과 59.9%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불안감 수준으로는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는 수준'의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68.2%로 가장 많았고, '항상 긴장하고 경계하는 수준'(23.6%), '언제 닥칠지 몰라 공포스러운 수준'(8.2%) 등의 순이었다.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일도 손에 안잡힌다고 토로하는 시민도 있다. 30대 중반 직장인 C 씨는 "코로나19 뉴스는 계속 챙겨볼 수 밖에 없지 않나"라면서 "일하면서도 중간 중간 관련 뉴스를 챙겨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렇다 보니 업무에 집중도 안되고 결과적으로 굉장히 피곤한 상태가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감염 환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염병에 걸려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분노로 이어지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다
홍콩 연합기독병원에 따르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를 겪었던 환자 1394명 중 약 절반(47.8%)에서 PTSD 증상에 시달렸다.
2015년 국내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행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역학학회에 게재된 메르스경험자 1692명 대상 연구 논문에 따르면 확진자 중 47.2%는 불안감, 52.8%는 분노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재난으로 인한 불안, 분노 등을 조기에 치료하면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방치하면 PTSD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안감과 분노를 조기에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는 갑작스러운 재난이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일어나면 사람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이다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EBS'와 인터뷰에서 "감염병의 원인인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재난보다 불안과 공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누구나 일시적인 불안 우울 짜증 무기력과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으므로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평소에 좋아하던 취미활동이나 가벼운 운동, 이완, 명상과 같은 건강한 대처 방법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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