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성평등 높이면 경제성장률 끌어올릴 수 있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여성과 노인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여성과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있지만, 단순히 노동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성·노인일자리 임금과 질은 젊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6일(현지시간) '여성의 노동력 : 재정정책의 역할(Women in the Labor Force : The Role of Fiscal Policies)'을 주제로 한 회의 보고서에서 "세계의 평균 여성노동력은 여전히 남성에 비해 20%포인트 낮다"며 "성평등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사회적인 발전을 낳는다"고 밝혔다. 전 IMF 총재였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역시 2017년 방한 당시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을 줄이면 한국은 10% 가량 국내총생산(GDP)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IMF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로 각국은 성평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2018년 기준 전세계 국가들 중 80개국이 관련한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 육아비용 제공, 육아휴직 의무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단순히 여성의 노동참여 비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IMF의 지적이다. 이 부분을 언급하며 IMF는 한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과 이종화 고려대학교 교수의 논문을 인용했다. 논문은 "(현재 한국이 상황에서) 여성과 노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 인적자본은 더 하락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여성과 노년층의 일자리의 질이 낮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적자본이란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으로 그 경제가치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자본을 뜻한다.
'한국의 인구변화, 인적자본, 그리고 경제성장'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노동력의 절대적인 양이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반면, 인적자본 성장률의 기여도는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의 GDP 자료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1986~1995년 1.84%에 달하던 노동력의 GDP 성장률 기여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996~2005년 0.30%, 2006~20010년 0.13%, 2011~2017년 0.28% 수준으로 떨어졌다. 절대적인 노동력 증가율 역시 1986~1995년 3.28% 수준에서 2011~2017년에는 0.55%까지 급락했다. 갈수록 노동력의 절대적인 양은 급감하고 있는데다 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도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력을 늘리는 것은 경제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못 미친다는 얘기다.
반면 인적자본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86~1995년 0.88%, 1996~2005년 1.14%, 2006~2010년 1.11%, 2011~2017년 0.68% 등이다.
논문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고용률이 확연히 떨어졌고 1인당 평균적으로 일하는 시간도 줄었기 때문에 노동량은 줄어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바탕으로 한 인적자본이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에 성장률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GDP 기여도가 높은 인적자본을 늘리려면 결국 여성교육을 통해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인적자본 증가율을 높여야 경제성장률도 따라서 오른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여성과 노인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성장률 감소 폭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논문은 "이미 한국의 교육성과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여성 교육의 질을 더 늘리기보다는, 이미 경제활동을 시작한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계속해서 경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인적자본 증가율을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또 "노인들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잡 트레이닝을 통해 더 나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생산성과 임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IMF 역시 "선진국일수록 조세제도 변화와 유급 출산휴가·육아보조금 지급 등이, 저소득 국가일수록 교육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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