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29번 확진자는 지역사회 감염 초기 신호"

이재갑 교수/사진=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 화면 캡쳐

[아시아경제 강주희 인턴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감염 경로 추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역 사회 감염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얘기하는데 위의 분들은 자꾸 안심하는 이야기를 과도하게 하기에 걱정하던 상황이었다"며 "놀라기보다는 이미 우려하던 상황으로 올 게 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지난주 내내 이 부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29번 환자 상태는 '안정적이다'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며 "다만 고령 환자이기 때문에 의료진이 긴장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역학 조사 결과가 정확하게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봐야 하지만 일단 의료 기관들 입장에서는 이미 지역 사회 감염을 준비할 때가 됐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29번 환자가 중국 여행력도 없다. 초기 증상이 오히려 심근 경색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에 모든 의료 기관들이 이제는 '여행력만으로 환자를 보면 안 되겠구나'라는 일종의 사인을 준 것으로, 준비 태세를 강화하게 만든 환자"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의료진에 대해서는 "상당히 잘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의 강점은 사스, 메르스 때 상황들을 겪어봤기 때문에 환자를 놓쳤을 때 생기는 여러 파장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며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한 것이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 같다. 방역적인 부분 또는 민간 의료 기관의 준비 태세 자체가 어느 정도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반영한 결과"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방역망이 뚫리고 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역학 조사에서 고리가 발견됐더라도 어차피 병원에는 이런 환자(29번 환자)가 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의원급 또는 중소 병원은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빨리 준비를 하고 대응 방법 등을 정정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감염 판정 기준에 대해서는 "중국 여행력, 확진자와의 접촉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선발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지역 사회 감염 초기'라고 말한다"며 "그런 환자들로 인해 국내에서 역학적 고리 없이 환자들이 많이 늘게 되면 본격적인 확산기가 된다. 그래서 일단 우리나라도 일단 지역 사회 감염의 초기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