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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막던 美, 암호장비 통해 수십년간 동맹국 정보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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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수십 년간 스위스 암호장비 업체를 이용해 적국은 물론 동맹국의 정보까지 빼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국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동맹국들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사용 금지를 요구해왔던 미국이 정작 동맹국 등의 정보에 대해서는 몰래 모니터링해왔다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의 방송사 ZDF와 함께 기밀인 CIA 작전자료를 입수했다면서 "CIA가 수십 년간 동맹국과 적국의 기밀 정보를 읽어왔다"고 보도했다. WP와 ZDF가 입수한 자료는 CIA 내부 기관인 정보연구센터가 2004년 완성한 96쪽짜리 작전 문건과 독일 정보당국에서 2008년 편집한 구술사 등이다.

보도에 따르면 CIA는 스위스 장비 업체 크립토AG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정보를 확보했다. 크립토AG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에 암호 장비를 제작ㆍ판매하는 영역에서 독보적 위상을 유지해온 업체로, 21세기 들어서만 120개국 이상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장비를 판매했다.


이 회사 장비를 쓴 나라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돼있으며 앙숙 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 바티칸도 들어있었다. 가령 1981년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 리비아, 요르단에 이어 한국이 크립토AG의 최대 고객이었다. 냉전 기간 미국에 맞섰던 소련(현 러시아)과 중국은 크립토AG가 서방과 연계돼있다고 의심하고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WP는 "고객들 그 누구도 몰랐던 것은 이 업체가 사실 서독 정보기관 BND와의 긴밀한 협조 관계에 있던 CIA가 비밀리에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크립토AG는 2차 대전 당시 미군과 첫 계약을 맺은 이후 전 세계 정부들과 계약을 맺고 암호 장비를 판매해왔다. CIA와 BND는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해 이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의 기밀정보를 쉽게 해제,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 년간의 협력 끝에 BND는 1990년대 초 발각 가능성을 우려해 이 작전에서 손을 뗐고 CIA는 독일이 보유했던 지분을 계속 사들였다가 결국 2018년 작전을 마무리했다. 2017년 크립토AG는 본사 건물을 매각했고 2018년 그외 보유 자산들도 모두 팔았다. WP는 CIA와 BND에 코멘트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면서도 이들 기관이 문건의 진위를 반박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 작전은 유의어 사전이라는 의미의 '시소러스(Thesaurus)'라는 암호명이 붙었다가 이후 '루비콘'으로 바뀌었다. WP는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CIA 자료에도 "세기의 첩보 쿠데타"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이번 폭로가 주목되는 이유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 정부는 화웨이가 은밀하게 통신장비에 접근해 정보를 볼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접근 가능성이 10년 이상 이어져왔다고 봤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화웨이가 비밀리에 시스템상에서 민감 또는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라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도 "화웨이가 고객이나 주요 국가 정보기관에 비밀리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 측은 "절대 네트워크상의 보안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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