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위기가 오면 빈곤층이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사태도 마찬가지다.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마스크도 구하기 힘들고, 생계를 위해서 뛰어든 야외근무로부터도 벗어날 수 없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인근 쪽방촌에서 만난 폐지 수거 노인 임모(77)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마스크를 어디다 쓰냐"며 "(마스크 값) 3000원씩이면 한끼 해결할 돈인데 거기다 쓰면 뭘 먹고 사나"라고 푸념했다.
쪽방촌 주민 상당수는 폐지 수거나 일용직 일자리 등으로 생계를 해결한다. 이들에게 신종 코로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마스크ㆍ손세정제 등은 '사치'인 듯 했다. 이날 쪽방촌에서 마주한 주민 17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마스크는 구하기도 어렵지만 이들이 구입하기엔 만만찮은 물건이 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의 4일 조사에 따르면, 성인용 KF94 마스크는 3148원, 성인용 KF80 마스크는 2663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8년 조사 가격과 비교하면 KF94는 2.7배, KF80은 2.4배 올랐다. 쪽방촌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심지현(25)씨는 "동네 주민 중에는 노인이 청년보다 많은데도 정작 마스크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손님들"이라며 "70대 이상 노인들은 마스크 잘 찾지도 않고 거추장스러워 하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마스크 지원에 나서기도 하지만, 예산 문제로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이 아예 마스크 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쪽방촌 주민 박모(83)씨는 "'죽을 병'이라고 뉴스에서 하도 얘기하니 미세먼지 심할 때 주민센터에서 준 마스크를 쓰고는 다닌다"며 "어디서 나눠준다는 것도 젊은 사람들이야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알게 되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이 어떻게 알겠냐"고 반문했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곳을 보면 의료·방역 인프라 시설들이 취약하게 나타난다"며 "정부와 관계기관들이 계층 간, 지역 간 격차로 인한 방역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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