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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첫삽도 못 뜬 '23년 1조짜리 공터'…개발도 매각도 어려운 기구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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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송현동 옛 美대사관 숙소 부지
한진, 7성급 한옥호텔 등 구상했지만 경복궁 · 학교 가까워 매번 개발 무산

2008년 매입한 지 13년 만에 매각 본격화
종로구, 공원화 · 구청 부지 맞교환 등 제안
공공개발 시 정부 자금 조달이 관건

▲ 23년째 방치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제공=대한항공)

▲ 23년째 방치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제공=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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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한진그룹이 서울 종로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송현동 부지의 매각을 결정하면서 새 매수자와 개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땅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지만 경복궁과 학교가 가깝다는 이유로 그간 번번이 개발이 무산됐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아예 공원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시세가 최소 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막대한 매입 비용을 공공이 조달하기도 어려워 활용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수차례 주인이 바뀐 이 땅이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은 대한항공 이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3만6642㎡ 규모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긴 경영 개선안을 의결하면서다. 2008년 2900억원에 해당 부지를 매입한 지 12년 만이다.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 안평대군, 봉림대군의 사저가 자리잡았던 유서 깊은 땅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이 직원 숙소로 사용했던 곳을 해방 이후 미국 정부가 소유권을 넘겨받아 미 대사권 직원 숙소를 지었다. 이후 1997년 대사관 숙소 이전이 결정되면서 삼성생명이 현대미술관 건립을 위해 같은 해 1400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마땅한 용처를 찾지 못하고 결국 2008년 대한항공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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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진그룹은 이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층 객실 150실 규모의 '7성급'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 역시 10년 넘게 삽도 뜨지 못한 채 표류했다. 풍문여고(현 풍문고), 덕성여중ㆍ고등학교가 인접해 있어 카지노 등 유해시설이 함께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교육 당국과 지역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한진은 호텔 건립을 막아선 서울 중부교육청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섰지만 2012년 대법원은 "부지를 매입하기 전부터 전통 있는 세 학교가 있었고 정화구역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한진의 패소를 결정했다.


한진은 패소 후 전시장과 공연장 위주의 복합문화공간 개발 계획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답보 상태다. 이후 한진의 경영 개입을 내건 KCGI가 송현동 등 각종 유휴 자산ㆍ부지 매각을 요구했고 한진 역시 이번 결정을 통해 매각을 추진키로 공식 결정했다.

현재 이 부지의 가격은 최소 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종로 한복판 요지인 만큼 경쟁이 붙을 경우 1조원까지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을 잡은 반도건설이 송현동 등 한진그룹이 경영 개선을 위해 매각해야 하는 유휴 부지를 노리고 지분을 매입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년 넘게 활용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만큼 선뜻 새 주인이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현재 송현동 부지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 16m 이하 고도지구,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등 다양한 규제가 중첩돼 있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건폐율은 60%, 용적률 200%로 제한되고 4층 이하의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 등만 지을 수 있다. 상업시설이 들어오기 힘들다. 게다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문화재청의 관련 심의도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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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학교 인접지 규제의 경우 2016년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75m 이상 구역에서는 유해시설이 없는 100실 이상 관광숙박시설을 짓는 데 제한이 없어지는 등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 만큼 부지 개발의 걸림돌이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구 측은 아예 공원화하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종로구는 '송현동 숲ㆍ문화공원 조성 토론회'를 열어 해당 부지를 숲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종로구는 현재 종로구청이 위치한 수송동 부지와 송현동 부지를 맞교환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수송동 부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각종 규제로부터 한결 자유롭다.


하지만 공공개발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가 장기미집행공원 부지 해소를 위한 예산 조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땅값만 5000억원이 넘는 땅을 사들여 공원을 조성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지난해 6월 시정질문에서 "송현동 부지 일부를 공원화하고 일부는 전통문화 현양 시설로 조성하는 게 적절하다"면서도 자금 조달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매입해야 한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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