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17명 회복하면 '터닝 포인트'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의 방문이 확인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이 오는 9일까지 임시 휴점에 들어간다. 휴점 소식을 들은 이용객들이 백화점을 나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 수가 9일 현재까지 25명으로 확대된 가운데, 감염병 확산의 감퇴 전환점(터닝 포인트)을 연구한 논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하고 김기성 ㈜바이오브레인 김기성 대표가 제1 저자로 참여한 '복잡계 네트워크를 이용한 감염병 확산예측 모델연구'에 따르면 감염병의 확산세는 접촉자가 7명 이하로 줄어들면 감퇴기에 접어든다.

신종 코로나 100명 중 17명 회복하면 감퇴한다

감염자 그래프가 꺾이는 점을 알고 싶지만, 사전에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회복자 커브가 VRTP에 도달하면 꺾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컴퓨터 분석을 통해 감염병의 확산세가 꺾이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치사율이 100%이고 감염률과 지속시간(20일)도 최대로 부여한다고 해도 하루 평균 접촉자가 7명 이하면 전체를 감염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병으로부터 회복하거나 사망으로 인해 감염병 확산이 차단된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이 치명적인 감염병이 창궐할 경우 접촉자가 7명 이상 된다면 흑사병처럼 전세계를 위협하는 병이 될 수 있겠지만, 캠페인 등을 통해 접촉자 수를 7명 이하로 유지한다면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감염병의 감퇴 터닝 포인트를 예측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누적 회복자 수가 많아지면 감퇴 지점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종 코로나와 같이, 감염률이 33%이고 지속기간이 7.6일인 감염병의 평균 접촉자 수를 20명이라고 친다면 누적 회복자 비율이 17.35%일 때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인다.

김 대표는 "신종 코로나의 특성은 중국에서 나온 자료를 통해 계산한 것"이라며 "어느 외딴 섬에 100명이 있다고 가정하면 감염병이 창궐한 이후 17명이 회복하면 감염병의 확산세가 꺾이는 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최악의 감염병이라도 회복자 누적 수가 네트워크(사회) 인구의 27%가 되는 시점에서 꺾인다고 밝혔다.

감염병 접촉 7명 이하로 떨어지면 어떤 감염병도 감퇴

청색은 미 감염자(S), 적색은 감염자(I), 녹색은 회복자(R), 검은색 원으로 표시된 것은 슈퍼 전파자다. 이들 3그룹(미 감염자, 감염자, 회복자)을 각각 전체 인구에 대한 비율로 나타내면 위의 그래프(감염자 수의 시간에 따른 변화)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2015년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생 이후 감염병의 감퇴기에 대해 연구했다. 전염병의 확산이 감염성, 지속성(회복성), 사회구조 등 3가지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감염성은 인간의 자체 감염력 정도와 병원체 특성, 접촉 여부 등을 말한다. 지속성은 인간의 자체 면역으로 회복되는 능력으로 감염 이후 잠복기를 포함해 완치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미 감염자는 감염률에 의해 감염자가 된 후 지속기를 거쳐 회복자가 된다. 사회구조는 한 사람이 단위 시간당 접촉하는 사람의 숫자를 나타낸다.

바이러스 창궐로 인류 멸망? 어렵다

연구팀은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기는 어렵다는 결론도 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로 "어떠한 감염병도 확산이 꺾이는 점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 그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 일 평균 접촉자 수를 7명 이하로 줄이면 인간은 어떠한 감염병으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은 예방약을 통해 감염률을 낮출 수 있고, 치료제 개발을 통해 지속기간(회복률)을 개선할 수 있으며 격리조치를 통해 접촉자 수를 낮출 수 있기에 그 어떠한 질병으로부터 생존을 결코 위협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