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공포에 수산시장 회식·모임 등 발길 뚝
회식당 등 "손님 90% 줄어…당장 임대료 등 걱정"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신종 코로나 이슈가 생기고 나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손님들까지 발길이 뚝 그쳤어요. 원래 설 명절 이후 한산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시장이 텅텅 빈 적은 없었습니다. 소비가 줄어드니 생선 값은 싸졌는데, 막상 이렇게 파리만 날리고 있어 당장 이번 달 생계가 걱정될 지경이에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진 환자가 19명으로 늘어난 5일 오후 5시경, 서울 동작구 노들로 소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1층 A상회에서 만난 자영업자 박지은(가명ㆍ55)씨는 수산물이 꽉 들어찬 수조를 보며 한숨 섞인 토로를 내뱉었다.
박씨는 "킹크랩 가격이 지난주 1㎏당 6만~6만5000원에서 이번 주 1만원 가량 급락해 5만~5만5000원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시장 자체를 찾는 손님이 없으니 매상을 전혀 올릴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수산물 정보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킹크랩(블루ㆍA급ㆍ대)의 시세가 1㎏당 5만2000원으로 평년 이맘때 7~8여만원보다 30%정도 하락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화난 수산시장이 폐쇄되면서 중국 수산시장의 수요가 전체적으로 감소하면서 러시아에서 전량 수입,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이 막힌 킹크랩들이 국내에 싸게 들어오게 된 것이 원인이다.
인근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B상회 박민석(가명ㆍ60)씨는 "신종 코로나 이슈 이후 수입산 뿐 아니라 국내에서 조업하는 수산물 가격 또한 수요가 줄어들어 하락했지만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조업량 감소로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주간 입하량이 전주 대비 333톤 감소한 693톤으로 집계됐으며 참돔, 오징어, 고등어 등의 가격은 전주 대비 최대 30% 하락했다.
2, 5층 회식당 역시 인적이 그쳐 썰렁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감염 우려로 각종 회식, 모임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25개 식당 대다수 테이블이 텅텅 비어있었고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C식당 사장 김은주(가명ㆍ52)씨는 "오후 5시인데 방금 첫 손님을 맞았다"며 "2주째 손님이 90% 이상 줄어들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매출로 따졌을 때도 70~80%가 줄어들어 당장 이달 임대료, 인건비 등이 걱정"이라며 "언제까지 사태가 지속될 지 몰라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산 업계는 다음 주 수산물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어교주해적단 관계자는 "중국으로 들어가려던 킹크랩을 실은 배들이 한국으로 우회 중이라 다음 주에만 최소 100톤 이상의 킹크랩 물량이 한국에 풀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서도 확진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소비심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 수준까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유행 당시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당시 전분기대비 3% 수준의 증가율을 보이던 가계소비는 2003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1.5%, -3.8%로 하락했고 2015년 1분기 0.1%, 2분기 -3.6%를 기록했다. 또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 전인 2015년 5월 매출과 메르스 확산 이후인 6월 매출을 비교한 결과 외식업체 84.3%가 한 달 간 매출이 감소했다. 매출 감소폭은 34.3%에 달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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