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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보여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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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난달 31일 신년음악회는 흥미로웠다. 신선하고 도전적인 느낌이었다.


코리안심포니는 신년음악회 2부 메인 공연에서 미디어 아트를 융합한 독특한 공연을 준비했다. 이에 앞서 1부 공연에서는 왈츠와 플루티스트 샛별을 협연자로 등장시켜 흥을 돋웠다.

첫 번째 연주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황제 왈츠'였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재위 4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무도회의 축전음악으로 작곡했다는 곡이다. 왈츠의 리듬은 신년음악회의 분위기를 흥겹게 만드는데 제격이었다.


이어진 곡은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제1번'. 플루티스트 한여진(19)이 협연했다. 신선하고 도전적인 신년음악회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한여진은 당돌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단호한 연주를 보여줬다.


한여진은 코리안심포니가 '2020 올해의 라이징 스타'로 선정한 연주자다. 지난해에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선정한 라이징 스타에 뽑혀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했다. 열한 살 때부터 국제 콩쿠르에 진출해 2014년 칼 닐센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최연소 본선 진출에 성공해 특별상을 받고, 2016년 베를린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어린 나이에도 풍부한 연주 경험 덕분인지 그의 연주는 거침이 없다는 느낌을 줬다.

[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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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주를 끝낸 뒤에는 앙코르 독주가 이어졌다. 한여진이 "앙코르곡으로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를 준비했다"고 말하는 순간 객석 곳곳에서 조그맣게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니콜로 파가니니는 19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로 당대 최고의 비르투오소(virtuosoㆍ뛰어난 연주 기교를 지닌 대가)였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곡을 연주한다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연주 실력을 보여줬고 그래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다. '24개의 카프리스'는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파가니니의 대표곡. 한여진은 협주 때의 당당한 모습으로 '24개 카프리스'를 소화했고 협주 때보다 더 큰 청중의 박수와 환호를 끌어냈다.


코리안심포니는 2부 메인 공연에서 영국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을 연주했다. 무대 연출이 돋보였다.


2부 연주가 시작되면서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안은 서서히 어두워졌다. 영화관에 들어온듯 했다. 무대 위 연주자들은 악보에 약하게 LED 조명을 켰다. 20~30개 정도의 호롱불이 켜진듯 은은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연주가 시작됐다. '행성'은 점성술에 관심이 많았던 홀스트가 태양계 일곱 개 행성의 이름을 따 부제를 붙인 7개 관현악 모음곡이다. '스타워즈'로 유명한 영화 음악감독 존 윌리엄스는 자신의 영화음악에 자주 '행성'을 차용했다. 그래서 특히 행성의 첫 번째 곡 '화성, 전쟁의 전령'과 네 번째 곡 '목성, 쾌락의 전령'은 행성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낯설지 않은 느낌을 준다.


곡이 시작되면서 오케스트라를 감싼 합창석을 레이저 영상이 가득 채웠다. 영상은 추상적인 형태와 다채로운 색깔로 시시각각 변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반응해 춤추듯 절묘한 조화를 보여줬다. 전체적인 배경은 우주를 형상화한듯 했고 행성이라는 곡과 잘 어울렸다. 두 번째 곡 '금성, 평화의 전령'이 연주될 때 영상은 태양계를 보여줬고 활활 타오르는 붉은 행성이 청중을 향해 큼지막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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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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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일곱 번째 곡 '해왕성, 신비의 신'을 연주할 때는 위너오페라합창단의 화음이 더해졌다. 위너오페라합창단은 무대에 오르지 않고 무대 양 옆 대기실에서 화음을 넣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조금씩 커지는 화음에 청중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합창단의 화음은 먼 미지의 세계에서 들려오는듯 신비로운 느낌으로 줬고 행성이라는 곡과도 잘 어울렸다. 양 옆 대기실의 문이 비로소 완전히 다 열리고 나서야 청중들은 화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나고도 합창단의 화음은 한동안 계속 됐다. 대기실 문이 서서히 닫히면서 화음도 서서히 여려졌고, 그렇게 여운을 남기며 정해진 연주가 모두 끝났다.


미디어 아트 영상이 결합해 보는 재미까지 더해진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큰 환호로 답했다. 지휘를 맡은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청중의 반응에 만족한듯 했다. 앙코르곡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지휘하면서 만세를 부르듯 양손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잠깐 보였다. 이어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선택, 청중의 흥겨운 박수를 유도하며 공연을 마쳤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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