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3.5~3.6% 추정
"올해 경상수지 560억달러 달성 예단할 수 없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단가 하락 등 영향으로 수출이 크게 줄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급감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599억7000만달러로 직전해 대비 175억달러 줄었다. 2012년(487억9000만달러) 이후 7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반도체 가격 급락과 글로벌 교역량 감소가 원인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약 3.5~3.6% 수준으로 추정됐다.
수출이 5619억6000만달러로 직전해 대비 감소(-10.3%) 전환한 요인이 컸다. 수입 역시 전년 대비 6% 줄어든 4851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경상수지를 갉아먹던 서비스수지 적자는 개선됐다. 지난해 서비스수지 적자는 230억2000만달러로, 2017년(-367억3000만달러) 이후 매년 적자 폭이 축소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수익을 내면서 본원소득수지(122억달러)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배당수입(226억8000만달러)과 이자수입(182억4000만달러)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국내 경기가 추가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 특성상 경상수지 흑자 감소는 곧 교역조건이 악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국내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할 여유가 줄어들면서 일자리 감소→생산ㆍ소비 축소로 이어지는 셈이다.
특히 올해 경상수지 전망(560억달러) 달성도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면서 상품ㆍ서비스수지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중국의 공장가동이 중단되며 우리의 가공ㆍ중개무역 등 수출부문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행 항공편이 중단되거나 감축운행하는 부분들은 여행ㆍ운송수지에 마이너스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국인 출입국 제한 조치가 있으면 여행수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이 작년보다 수출 활기가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로) 우리나라 수출이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한 데에는 결국 반도체 가격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초 6달러 수준이던 8기가바이트(GB) D램 고정거래가격이 2.9달러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외요인 역시 부정적이었다. 박 국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2016~2018년)이 종료되면서 반도체 경기가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무역갈등ㆍ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ㆍ홍콩사태로 세계경제가 둔화하면서 우리 상품수지가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수입 역시 4851억1000만달러로 직전해 대비 310억달러 가량 줄었다. 수출 감소분(643억1000만달러)보다 수입 감소분이 적긴 했지만 여전히 '불황형 흑자' 우려가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입단가가 낮아졌고 전체 수입금액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반도체 경기가 위축되면서 기계장비 수입 등 관련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수지가 개선된 점은 긍정적 요인이었다. 지난해 연간 중국인 입국자는 602만명으로 직전해 대비 25.8%나 늘었고, 전체 입국자수도 14.0% 증가했다. 여기에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행 국내 여행객수가 정체된 모습을 보이며 여행수지 적자 폭이 줄었다. 지난해 기업들이 해외현지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과 투자수익이 늘면서 본원소득수지(122억달러)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박 국장은 "국내기업이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본원소득수지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며 "이는 우리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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