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은 과거 어떤 전염병보다 전파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보다 사망자와 확진 환자 수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여러 나라가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국경 폐쇄, 중국발 항공기 승인 중단 등 조치를 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국가 차원의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최근 14일 이내 중국을 방문한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막기로 했다. 국제선 항공사들은 중국과의 항공편을 중단하거나 운항 횟수 감축에 착수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춘절 연휴를 연장했고, 상하이 등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가 연장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우한시 외에도 주요 도시 봉쇄 조치가 가동되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2만7000여개의 우리 기업 상당수는 조업 중단 혹은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의 4분의 3이 현지 진출 기업에 필요한 중간재이므로 심각한 수출 타격이 예상된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제조업 경영난과 일자리 악화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해 말 괴질환이 보고돼 전염성과 위험을 파악했지만 사회주의 통제 체제에 익숙한 중국 당국은 이를 덮었다. 소문이 확대 재생산돼 상황이 악화하자 이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전염병은 관련 정보를 소상하게 밝히고 각 개인이 위생에 주의를 기울일 때 진정된다는 것을 과거 수차례 봐왔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신종 코로나 공포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감염병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방문이나 중국인의 해외여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상호 방문 제한은 비즈니스 기회 상실을 의미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6.2%(국제통화기금(IMF)ㆍ2019)를 차지하고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가치사슬(GVC)의 핵심축인 중국과의 상호 방문 제한 조치는 세계 경제에 결정타를 줄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은 이를 반영해 이미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주가는 다른 나라보다 많이 빠지고 있고, 원ㆍ달러 환율은 1195원(1월31일 기준)으로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수조 원의 재정을 풀어 GDP 성장 2%에 턱걸이할 수 있었다. 올해도 성장률 2%를 고수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중국발 전염병 확산은 최대의 악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소화하는 중국에서의 전염병 문제가 더 악화한다면 성장률 1%대 방어도 어려울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규제악법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든 우리 경제는 더 깊은 부진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장 먼저 여행, 항공, 숙박, 식음료 등 서비스업이 이미 타격을 받았고, 얼마 안 가 내수 약화는 상품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리스크 부상으로 세계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금융 분야의 타격도 커질 것이다. 과거에 비해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진 중국에 대한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나친 비관론은 피해야 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사스 사태로 중국의 경제는 1% 줄었고, 우리 경제도 0.1~0.3% 낮아졌다. 당시 중국은 고성장 시기여서 1% 감소의 영향을 그런대로 흡수할 수 있었으나,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는 사스 사태 때의 몇 배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피해 기업에 대한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적 타격에도 현재로서는 전염병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지난 2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 대책을 강화했으나, 상황에 따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치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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