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저축은행 작년 대출 실행률 6%
1년만에 0.7%포인트 하락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규제
저축銀 대출 줄여 비용관리
대부업 돈 빌리기도 쉽지 않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의 돈 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을 거절당해 고금리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떠밀리고 있다.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들어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정책서민금융 공급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대형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7등급자 대출 실행률은 6%에 그쳤다. 2018년 6.7%에서 1년 만에 0.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대출 실행률은 신규 신용대출 신청 가운데 실제로 대출이 나간 비율을 뜻한다. 100명이 대출 신청을 하면 6명만 돈을 빌렸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5등급자와 6등급자의 실행률도 각각 17%에서 13%, 12%에서 10%로 떨어졌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각종 규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18년 2월 최고금리를 연 24%로 인하했다. 2007년 연 49%에 이르던 최고금리를 약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내렸고, 2016년 27.9%였던 금리를 2년 만에 다시 3.9%포인트 조정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으로 돈 벌던 저축은행들이 대출금리 상한선이 낮아지자 대출을 축소하는 등 비용관리에 나서면서 돈이 급한 서민들이 타격을 받게 된 것.
또 지난해 업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됐고, 올해 신(新) 예대율(은행의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 규제까지 도입되면서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더욱 깐깐해졌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신용대출 부문에서 고금리대출 비중이 급감했다”면서 “저신용자에겐 대출 자체를 안 해준다”고 귀띔했다. 실제 주요 15개 저축은행 중 9~10등급자에게 대출을 내주는 곳은 3개사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금리 20% 이상의 고금리 대부업 대출에서 갈아타는 경우에만 대출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의 보루’ 대부시장에서도 돈 빌리기는 쉽지 않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상위 69개 대부업체 신규 대출 규모는 2015년 7조1096억원에서 지난해 4조1817억원(추정)으로 쪼그라들었다. 신규 대출자 수도 2015년 115만명에서 지난해 55만5000명(추정)으로 감소했다. 4년 만에 반토막 난 것.
신규 대출 승인율 역시 2015년 21.2%에서 지난해 12.1%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는 올해도 대출 축소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1위 산와대부와 4위 조이크레디트대부는 신규 대출을 아예 중단했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이용규모는 약 7조1000억원(2018년 말)으로 연간 41만명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대비 이용자 수는 10만8000명가량 줄었으나 취약계층인 60대 이상 고령층 이용 비중은 26.8%에서 41.1%로 급증했다.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가정주부도 12.7%에서 22.9%로 뛰었다.
불법 사금융의 고리를 끊어 내려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 숨통을 틔어주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사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금리가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며 “조달금리를 낮춰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주고, 대부업체의 경우 금지돼 있는 공모사채 발행을 풀어주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영업할 수 있게 해줘야 승인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인수합병(M&A) 제한, 영업권 규제, 예금보험료 등이 대표적인 규제 항목으로 꼽힌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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