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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사회의 여성이사 참여확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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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사회의 여성이사 참여확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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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권고 성격이었던 신설 조항 문구가 법안 심사과정 등을 거치며 의무조항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경영에 있어 여성 참여 확대를 촉진하는 중요한 전기를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사회 여성이사의 비율은 세계적인 이슈로 여성의 이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방안들이 속속 취해지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9개국 중 30개국에선 할당제나 자발적인 목표를 설정해 여성이사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여성이사 할당제를 실시하는 국가 중 5개국(덴마크·프랑스·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페인)은 여성이사 비율을 40%로, 4개국(벨기에·독일·이태리·포르투갈)은 20~35% 사이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 차원에서는 아직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 않으나 2018년 캘리포니아주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에 대해 작년 말까지 적어도 한 명의 여성이사를, 2021년까지 2명의 여성이사를 선임할 것을 공표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전세계지수(ACWI)에 포함되는 회사 중 한 명 이상의 여성이사가 포함된 기업은 2018년 78.7%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권익 보장에 있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7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으며, 세부항목 중 여성 이사 및 임원 비율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8년 말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49개 중 85%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이사회는 전원 남성으로 구성돼 있으며 자산 2조원 이상 회사 117개 중 17개 회사만이 여성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의 이사회 참여는 내용에 있어서는 더욱 빈약하다. 2018년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749개 상장사의 여성이사 수는 128명으로 그 중 사내이사 77명, 사외이사 51명이다. 그러나 사내이사 중 지배주주로부터 독립된 사내이사는 10명으로 전체 사내이사 2501명 중 0.4%에 불과하다. 이는 여성이 전문경영인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거의 전무하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는 여성 최고경영자와 관련해 흥미있는 보도를 했다. 지난 14년간 1600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이사회에 참여한 이후 수익성 등 전반적인 경영성과의 변화가 없음에도 주가는 2년간 감소했다. 이유를 밝히기 위해 연구자들은 200명의 경영학석사(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이사가 선임됐다는 가상의 기업공시를 학생들에게 주고 향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 혹은 하락할지 의견을 물었다. 결과는 동일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사가 남성일 경우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인 반면 여성일 경우 주가하락의 예상이 더 많았다. 이 실험은 여성이사에 대한 편견이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하락으로 연결됐다는 결론을 보이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파이낸셜타임즈는 여성의 이사회 참여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여성의 경영참여가 확대돼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상당수의 유럽국가들이 채택하는 여성이사 의무할당제가 유효한 방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여성의 기업경영 참여가 부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의 필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전반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더해 제도 및 장치 도입을 통해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9월 정부는 '범정부 균형인사 추진 계획'을 수립해 2022년까지 고위 공무원 10%, 기초자치단체 과장급 20%, 공공기관 임원 20%를 여성관리자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민간기업에 이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나 공공부문과 같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적어도 1명의 독립적 여성 사외이사를 포함하도록 해 여성의 기업경영 참여 확대를 위한 첫 단계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리천장지수 7년 연속 꼴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여성들이 형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의 조직문화와 제도가 시급히 정비돼야 할 것이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ㆍ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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