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정 등 산업 필수 소재 과산화수소
8배 생산성 높이고 비용 2000분의 1로 줄여
원자 수준에서 촉매의 활성 조절 원리 규명

연구진은 그래핀 위에 코발트 원자를 올린 구조의 새로운 전기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를 1kg 사용하면 하루에 341.2kg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값비싼 귀금속 촉매 보다 8배가량 성능을 높인 것이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반도체 세정제 등 화학 및 제약 산업의 핵심 재료 중 하나인 과산화수소의 생산 효율을 최대 8배 높일 수 있는 촉매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산소와 물만 사용해 친환경적이며 비용도 200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경쟁력도 갖췄다.
기초과학연구원의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과 성영은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유종석 서울시립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산소와 물만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촉매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전기촉매로 과산화수소 생산
연구팀은 원자 수준에서 촉매활동을 조절해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2차원 그래핀 위에 코발트(Co) 원자를 올린 형태다. 산소를 포화시킨 수용액에 이 촉매를 넣고 전기를 가하면 별도의 화합물을 넣지 않아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촉매는 기존 촉매처럼 백금, 팔라듐 등 귀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비용 절감적이다. 코발트는 지난 12월 24일 기준으로 1㎏당 약 3만7000원 정도로, 팔라듐(1㎏당 약 7700만원)보다 훨씬 싸다.
이 촉매는 기존 촉매보다 8배 가량 생산 성능이 좋다. 1kg의 촉매를 사용했을 때 하루에 341.2kg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촉매는 110시간 이상 과산화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한 후에도 초기성능의 98%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구진은 이 촉매가 화학 반응 이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어, 폐촉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과산화수소는 치약이나 주방세제 등 생활용품은 물론 멸균이 필요한 의료현장, 폐수 처리제, 불순물 제거가 필요한 반도체 공정 등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현재까지 산업용 과산화수소는 주로 안트라퀴논 공정으로 생산해왔다. 다만 이 공정은 에너지 소비가 많고 부산물이 나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원자 수준에서 촉매활동 조절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원자 수준에서 불균일 촉매의 활성을 높일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촉매가 상온·상압에서도 안정적, 친환경적으로 생성물을 합성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화학공정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성영은 부단장은 "철, 코발트, 니켈 등 비교적 값싼 원자가 그래핀 위에 안정화되어 있을 때 전기화학반응 효과적으로 매개한다는 연구결과에 착안해 이번 연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원자 수준에서 촉매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하고 계산화학을 통해서도 정당성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코발트 원자 주변 구조를 변화시켜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보이는 촉매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택환 단장은 "세계 100대 산업용 화학물질인 과산화수소를 환경 친화적이며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과산화수소 생산은 물론, 촉매를 사용하는 많은 화학반응에 적용돼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머터리얼스 14일자(한국시간)에 실렸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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