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동급생 폭행사건
피해자 측 고소로 형사사건 비화
저혈당 증세 보인 소아 당뇨 학생 젤리 빼앗아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
[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 은평구의 한 중학교에서 동급생 간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부모의 사과로 일단락 되는가 했던 사안은, 피해자 측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 개최를 요청하면서 학내 문제로 커졌다. 학폭위의 결정에 불만을 품은 가해자 측은 재심을 요구했고, 이에 분노한 피해자 측은 형사고소로 대응했다.
10일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일반 학교폭력과는 다른 특이한 구석이 있다. 가해자가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라는 점이다. 이른바 소아당뇨로 알려진 1형 당뇨에 대한 학교나 학생들의 '무관심'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가해자 A군은 어린시절부터 1형 당뇨를 앓아왔는데, 저혈당 증세게 나타나면 쇼크를 막기 위해 급히 당분을 섭취해야 한다. A군은 그래서 항상 젤리를 소지하고 다닌다. 폭행이 벌어지던 시점은 A군이 젤리를 먹으려던 찰나다. 피해자 B군이 장난으로 젤리를 빼앗자, 당황한 A군이 B군을 때린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달 17일 A군을 불러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피해자 B군이 1형 당뇨와 저혈당, 젤리 섭취 필요성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았어야 했다고 다그치기도 애매하다. B군 보호자는 "중학생에게 그런 사정을 설명해준다고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겠느냐"며 "학교에서도 그만큼 위중한 사실이라면 응당 학생들에게 상세히 사전 설명을 해줬어야 했다"고 항변했다.
의료계에선 1형 당뇨병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학생 간 사소한 다툼이 형사사건으로 번졌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에 따르면 A군처럼 1형당뇨를 앓는 18세 미만 청소년은 25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1형당뇨 환자 학생이 저혈당 간식을 계속해서 뺏기는 등 괴롭힘을 당해 학폭위가 개최된 일도 있었다.
이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은 '당뇨병 학생 지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라, 학생과 학부모까지 이런 지식이 전달되기엔 한계가 있다. 한 중학교 관계자는 "A군이 지닌 질환에 관한 사실은 개인정보라 학부모나 학생 개인의 동의 없이 먼저 공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뇨환자의 2%가량을 차지하는 1형당뇨는 어린 나이에 주로 발병하며 평생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몸에서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아 순간적으로 저혈당이나 고혈당 상태에 빠지기 쉽다.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의식이 흐려지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1형당뇨환자는 젤리 또는 사탕 같은 식품을 간식으로 소지하고 다니면서 위급상황에 대비한다. 신현영 명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형당뇨환자의 저혈당 증세는 방치할 경우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응급상황"이라며 "이런 응급상황에서 당보충을 위한 사탕 등의 간식을 뺏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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