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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대중 음악사 바꾼 비틀스, 가혹한 세금 탓에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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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당시 英 고소득자 세율 80% 넘어…세금 줄이려 음반사 세웠지만 적자 쌓여
고대 그리스·이집트 등 탈세로 골머리…강대국들 부유층 세금 회피 후 비슷한 몰락 과정

[기자의 독서] 대중 음악사 바꾼 비틀스, 가혹한 세금 탓에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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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당신이 자동차를 운전한다면, 도로에 세금을 물릴 거예요(If you drive a car, I'll tax the street)/당신이 앉으려고 하면, 의자에 세금을 물릴 거예요(If you try to sit, I'll tax your seat)/당신이 감기에 걸리면, 난방에 세금을 물릴 거예요(If you get too cold, I'll tax the heat)/당신이 산책한다면, 당신의 발에 세금을 물릴 거예요(If you take a walk, I'll tax your feet)/왜냐하면 나는 세금징수원이니까요, 예, 나는 세금징수원이에요('Cause I'm the taxman, yeah, I'm the taxman)."


비틀스가 1966년 발표한 '세금징수원(Taxman)'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당시 가혹한 영국의 소득세율에 대한 불만을 담았다.

'탈세의 세계사'의 저자 오무라 오지로는 세계 음악사를 바꿔놓은 비틀스가 8년 만에 해체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금이라고 주장한다.


'세금징수원'의 노랫말은 오무라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비틀스는 이 곡을 앨범 '리볼버(Revolver)'의 타이틀곡으로 삼을 만큼 세금에 불만이 많았다.


오무라에 따르면 당시 영국 노동당 정권은 비틀스와 같은 고소득자들에게 80%가 넘는 소득세율을 부과했다. 부가세도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내는 세율은 90%를 넘었다.

'세금징수원' 노랫말 중 이런 부분도 있다. "당신을 위한 몫이 1이라면 나를 위한 몫은 19예요. 왜냐하면 나는 세금징수원이니까요, 예, 나는 세금징수원이에요(There's one for you, nineteen for me/'Cause I'm the taxman, yeah, I'm the taxman)".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제논(기원전 490~430)은 비틀스의 선배 격이다. 그는 밀수가 횡행했던 그리스 국경 마을 오로프에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이 국경 마을 오로프에는/관세징수자와 밀수꾼밖에/살고 있지 않다/오로프 마을과 그 주민들에게/재앙이 있기를."


비틀스가 음반사 애플 설립에 나선 것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함이었다. 개인 수입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보다 회사 수입에 대한 배당을 받고 그 배당에 부과되는 세금을 내는 게 더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밖에 몰랐던 비틀스는 회사 경영에 미숙했다. 애플에는 제대로 된 회계 전문가가 없어 곧 방만한 경영이 이어졌다. 애플에 적자가 쌓이면서 경영방식을 두고 폴 메가트니와 존 레넌이 충돌했다. 결국 비틀스는 애플을 설립한 지 2년 만에 해체됐다.


국가 역시 세금의 덫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오무라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진시황이 세운 중국 진나라가 탈세로 골머리를 앓았다. 로마 제국은 탈세 때문에 멸망했다. 유럽의 시민혁명과 대항해 시대가 시작된 것도 탈세 때문이다. 19세기 세계 최대 금융가문 로스차일드가 쇠퇴한 이유는 상속세 때문이었다.


글쓴이 오무라는 과거 일본 국세청에서 국세조사관으로 일했다. 10년간 법인담당 조사관으로 근무했으며 돈에 관한 책을 30여권 출간했다.


글쓴이는 '탈세의 세계사'에서 세금이 인류 역사를 움직였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이 몰락할 때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부유층과 특권계층이 세금을 회피하고 그 부담은 서민에게 전가돼 빈부 격차가 확대된다. 그러면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의 생활은 어려워져 국력이 쇠퇴한다. 이 와중에 타국으로부터 침공당하면 국가가 붕괴하는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1889~1945)는 1925년 출간한 '나의 투쟁'이라는 책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수입이 123만라이히스마르크, 세금은 60만라이히스마르크였다. 히틀러는 20만라이히스마르크만 세금으로 내고 40만라이히스마르크를 체납했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다. 뮌헨의 세무서장은 히틀러의 체납액을 소멸시켰다. 세무서장은 한 달 뒤 독일 세무 본청의 수장으로 승진했다.


권좌에 오른 히틀러는 세금 개혁을 단행했다. 꽤 선진적 제도를 도입했다. 부양가족 공제와 원천징수 제도를 인류 역사상 처음 만들어 시행했다. 일본도 나치 독일을 따라 1941년 원천징수제도를 도입했다.


오무라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의 탈세로 글을 시작해 몇 년 전 세계적 이슈가 된 조세피난처와 글로벌 기업의 탈세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그는 조세피난처를 다루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케이먼제도나 파나마가 아닌 중국에 대해 언급한다. 중국은 1979년 경제 개방정책을 취하면서 선전·주하이 등지에 경제특구를 만들었다. 저자에 따르면 사실 이 경제특구가 조세피난처였다. 중국은 15%라는 낮은 법인세율로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기술을 습득해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중국이 2016년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조세피난처 활용으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일대일로 정책의 중요 거점에 세금이 낮은 조세피난처를 만들어 투자 유치는 물론 돈도 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세금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부정적이지 않다. 그는 요컨대 정부란 세금을 징수하고 사용하는 주체라며 국가의 융성이 세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한다. 비틀스처럼 80~90%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과하지만 어쨌든 부자라면 버는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오늘날 선진국의 조세제도가 부자들을 지나치게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오무라 오지로 지음/진효미 옮김/더봄)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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