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대두 가격 급등…식품기업 B2B 식용유값 전격 인상
배달대행 업체 대행료도 건당 1000원까지 인상
자영업자 "음식 가격 인상 불가피"
전망도 비관적…외식산업연구원 "올해 유례없는 불경기 예고"
단독[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일주일에 세 통 이상 사용하는 식용유 가격이 몇 달 새 한 통에 2000원 이상 올랐습니다. 인건비는 2010년 창업 당시보다 두 배 올랐고 배달대행비도 나날이 인상돼 해가 바뀔 때마다 걱정이 앞섭니다. 어쩔 수 없이 이달부터 메뉴 가격을 2000원 인상했어요."(서울 동작구 A 치킨프랜차이즈 점주 주성익(55)씨)
새해 벽두부터 식용유 가격, 배달 대행비 등이 잇따라 인상되며 외식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말연시 미국산 대두 가격 급등으로 인해 최근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업소용(B2B, 기업간 거래) 식용유 가격이 일제히 인상됐다. 사조해표는 지난해 11월과 이달 각각 18ℓ 업소용 식용유의 출고가를 각 500원~1000원 가량 올렸다. 동원F&B는 출고가를 약 10%, 오뚜기는 5% 인상했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업소용 식용유 가격 할인 폭을 줄이는 것으로 가격 인상을 대체했다. 실질 가격 인상 폭은 각각 4% 수준이다. 삼양사 역시 출고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대두 원가의 국제 시세가 인상돼 식용유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중국이 미ㆍ중 무역 분쟁으로 미국산 대두유 수입을 금지해 대두 국제 시세가 크게 떨어졌었는데 최근 수입을 재개하면서 대두 원가가 회복됐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대두유 가격도 회복세다. 대두 가격 상승에는 이밖에 날씨ㆍ수확량 등의 문제와 미국 달러화 약세,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세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부터 서울 성북구, 의정부시 등을 포함한 전국 각 지역 배달대행 업체 대행료도 건당 100원~1000원 가량 인상됐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피자집을 운영 중인 고은영(가명ㆍ39)씨는 "계약을 맺은 배달대행업체에서 건당 배달비를 1일부터 800원 올렸다"며 "하루에도 20건 이상을 이용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물가ㆍ인건비 상승 부담에 벌써 메뉴 가격을 인상한 외식업소도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소재 한 닭강정집은 1일부로 홀 메뉴 가격을 1000원, 배달 메뉴 가격을 4000원 인상했다. 강남구 서초동 소재 한 음식점은 1일부터 피자치킨 세트 가격을 기본 2만3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렸다. 광주 광산구 소재 치킨집은 1일부터 근거리도 1000원 배달비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오는 4월부터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돌입하겠다는 자영업자들도 다수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지출 부담이 커질 것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 서울 강남구에서 일식집을 운영 중인 오효영(가명ㆍ41)씨는 "새로 도입되는 오픈서비스의 중개이용료, 외부결제수수료, 부가세 등을 합하면 매출의 10% 가량이 수수료로 빠져나갈 것 같다"며 "4월부터는 1000원 정도 메뉴 가격을 인상해야 할 듯하다"고 털어놨다.
한편 올해 외식 경기가 지난해에 이어 침체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2019년 대한민국 외식산업 총정리' 리포트에서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2020년 경기는 전년보다 더 나쁠 것으로 전망되며 외식산업 또한 유례없는 불경기가 예고된다"고 밝혔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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