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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30년만에 원전 가동하나…“한, 러시아 등 재건 사업 밑작업 나서"

최종수정 2020.01.07 11:30 기사입력 2020.01.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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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필리핀 정부가 30년 만에 원자력 발전에 도전한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완공한 뒤 가동하지 않았던 바탄 원전이 재가동될지 주목된다. 한국수력원자력발전 등 글로벌 원전 업체들은 필리핀 원전 재건 사업을 위한 밑작업에 착수했다.


7일 외신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은 지난달 8일간의 일정으로 필리핀을 방문해 원전 관련 인프라 시설들을 점검했다. 필리핀 정부는 전문가들이 검토한 원전에 대한 인프라종합심사보고서(INRI) 등을 토대로 바탄 원전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필리핀 30년만에 원전 가동하나…“한, 러시아 등 재건 사업 밑작업 나서"


필리핀은 30년 전부터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한 나라다. 하지만 연료가 주입되지 않아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독재자로 악명을 떨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 필리핀은 1976년 수도 마닐라 서쪽 바탄 일대에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바탄 원전은 입지 선정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일대가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단층선에 위치한 데다, 1993년 분출한 적이 있는 피나투보 화산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에서 노심이 녹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전 건설이 중단되는 일도 겪었다.

비용도 문제였다. 애초 바탄 원전 건설을 맡았던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5억달러에 짓기로 했지만, 비용이 계속 늘어나면서 1984년 완공 당시에는 23억달러의 건설비가 청구됐다.


필리핀 정부로서는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진행했지만 원전은 가동조차 못 했다. 원전 개발을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마르코스 정권이 1986년 시민혁명으로 무너진 뒤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이 원전을 가동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후 필리핀 정부는 바탄 원전을 석탄발전소나 가스발전소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광지 등으로 활용됐다.


바탄 원전 재활용이 검토된 것은 30년이 지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이후다. 필리핀 정부는 빠른 경제 성장 등의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2040년이면 현재의 3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안전에만 문제가 없다면 바탄 원전 재가동 추진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바탄 원전 재건 사업에는 한국과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이 뛰어든 상태다. 특히 러시아는 필리핀 바탄 원전 재건과 관련해 적극적이다. 아세안포스트에 따르면 2017년 11월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은 20여명의 전문가를 보내 원전 재개 타당성을 조사했다. 당시 러시아 측은 바탄 원전 가동을 위한 수리 비용으로 30억~40억달러가량을 제시했다.


한국 역시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벌이며 바탄 원전 재건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해왔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가 공식적으로 바탄 원전 재가동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이미 예타조사 등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과 운용에 있어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보유했다는 점이 한수원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으로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필리핀 여론도 엇갈리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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