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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전운에 정유ㆍ항공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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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유가급등으로 인한 정제마진 감소 우려
유류비 비중 20~30% 항공·해운…"부담 커질 것"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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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유제훈 기자]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자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로 원유 수급에 차질은 없을 전망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정유, 항공, 조선해운 등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4%(0.22달러) 상승한 6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3시30분 현재 0.06%(0.04달러) 상승한 68.6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두바이유 등 다른 유종도 오름세를 유지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정유업계다. 국제유가 상승은 재고평가이익 증가로 이어져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공급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석유제품 소비가 위축돼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원유 가격 및 비용)도 축소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급등해 10달러 오르면 석유 제품 소비가 위축돼 제품 가격은 8달러만 오르는 이치"라며 "정제마진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정유 재고평가이익보다 정제마진 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든 반면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공급이 늘어난 탓이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셋째주 정제마진은 18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12월에는 기록 후 처음으로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찍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4분기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은 상황에서 중동 리스크로 정제마진 스프레드가 더 축소되면 정유부문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항공·해운 등 물류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영업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20~30%선에 달하는 운수산업 특성상 유가 상승이 수익성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한·일갈등에 따른 일본노선 수요위축과 그에 따른 공급과잉 현상, 선복량 과잉 및 미·중무역분쟁으로 줄적자를 기록한 항공·해운업계로선 '치명타'인 셈이다.


예컨대 국내 1위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유류비로 2조3697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체 영업비용(9조5044억원)의 24.9%에 해당한다.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도 같은기간 영업비용의 28.3%인 3014억원의 유류비를 썼다.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며 항공기 결항이 이어지고 있는 22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계류장에 항공기가 대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며 항공기 결항이 이어지고 있는 22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계류장에 항공기가 대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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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유류소모량이 약 3300만 배럴에 달하는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 당 1달러 상승할 경우 약 3300만 달러(한화 약 386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 역시 1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선 일부 항공사들이 유류 헷징(hedging), 비축유 등을 활용해 유가변동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일부 소규모 항공사들을 제외하곤 단기적으론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부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규제가 발효되면서 기존 벙커C유와 저유황중유(LSFO)의 가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 설상가상으로 원유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면서 이중고에 처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한 유류할증료(BAF)는 LSFO 도입에 국한된 것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유류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한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의 긴장국면이 장기화되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는 중동에서 들어온다. 이 가운데 약 9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은 없지만 불안이 고조되면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에 돌입한다면 유가의 추가 급등은 불가피하다"며 "이란 원유 수출량이 제로(0)에 가깝다는 점에서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전면전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차질 가능성은 경계해야 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해운업계의 경우 유가 외 부대비용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국적선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본 유조선이 피격당했을 당시에도 보험사 측에서 보험료 20~30% 인상을 요구했던 바 있다"면서 "미국-이란 간 충돌이 거세질 수록 관련한 비용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적항공사 한 관계자는 "중동의 긴장국면이 계속돼 유가 오름폭이 커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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