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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전자가위 석학기소…과학계 "정부제도 공백" 반발

최종수정 2020.01.07 13:44 기사입력 2020.01.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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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IBS단장 업무상배임
과기부 산하재단 지원받아놓고
서울대 아닌 기업명의 특허출원

학계 "특허 수익분배 제도없어
정부차원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단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검찰이 '유전자 가위' 기술로 세계적 석학의 반열에 오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을 기소, 과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과도한 법해석이 과학계의 연구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 2일 김 단장 등 2인을 업무상 배임 및 사기죄로 대전지방법원에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대전지법은 증인신문 등을 거쳐 형사재판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의 법률 대리인인 권익환 변호사는 "아직 공소장을 전해받진 못했지만 기소 사실은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크리스퍼) 특허를 2012~2013년에 당시 소속 단체인 서울대학교가 아닌 자신이 최대주주(지분율 19.32%)인 코넥스 상장사 툴젠 명의로 미국 특허를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유전자가위는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 원하는 특정 유전체를 잘라 유전정보를 바꾸는 기술인데 김 단장은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쟁점은 연구에 쓰인 29억3600만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인 한국연구재단의 공적 자금이라는 사실과 김 단장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특허 신고를 할 때 이를 누락했는지 여부다. 사정당국은 2012~2013년엔 김 단장의 사용자가 서울대였던 만큼 서울대의 '직무발명'인데 특허 출연 사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연구비 유용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김 단장은 툴젠 설립연도인 1999년 이후 꾸준히 유전자가위 연구를 해왔는데, 유전자가위에 관한 발명은 툴젠과의 연구계약에 따른 성과일뿐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사업 연구과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재판과정을 통해 충분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명진흥법에 따르면 연구자는 직무발명을 완성하는 즉시 그 사실을 사용자 등에 문서로 알려야 한다.

김 단장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과학계에선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제도 공백으로 인해 세계적 과학자가 범법자로 몰릴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사적재산권의 영역인 특허를 연구자와 대학 간의 합의가 아닌 형사 처벌로 다스리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화학자는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인 유전자가위 같은 특허 수익이 발생한 뒤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관행과 제도가 마련돼 있지도 않은데 대학의 연구비를 개인과 민간회사가 챙겼다고 단정짓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특허 분배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전에 정부가 관여해 연구자의 동기부여를 도와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특허 분배 문제를 범부처 가이드라인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성이 낮고 정부가 개입하면 또 다른 규제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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