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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관객들 "다양한 여성 영화 원한다"…'82년생 김지영'부터 '벌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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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 2019년 극장가, 역대 연간 최다관객수 돌파
외화부터 국내 상업·독립영화까지 여성영화 흥행
북미 관객 2명 중 1명 ""여성 감독·작가 참여한 영화 선호"
전문가 "관객들, 여성주체성 드러나는 영화에 반응"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벌새'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벌새'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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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이야기가 다양하지 않아서 지겹더라고요. 점점 잘 안 보게 돼요"


영화 관람을 즐겨 매주 극장을 찾는다는 직장인 A(26) 씨는 최근 몇 년간 남성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는 영화는 피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상업영화는) 스토리도 크게 다르지 않고, 출연 배우들도 항상 비슷한 것 같다"며 "게다가 여성 캐릭터의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고, 다뤄지더라도 비중이 굉장히 작거나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독립영화 상영관을 찾아다니며 여성 서사를 담은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했다"며 "훨씬 다양한 영화들을 관람할 수 있어 좋다. 여유가 될 때는 재관람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국내 영화 관객 수는 2억2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최다 관객 수로, 기존 연간 역대 최다 관객 수였던 2017년 2억1987만6227명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국내 영화 산업이 해를 거듭하며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여성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영화는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등을 일컫는다.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SNS 인증 이벤트를 펼쳐 관람을 독려하는가 하면, '영혼 보내기'를 통해 여성영화를 응원하고 나섰다. 영혼 보내기란 관객들이 직접 관람하지 못하는 상황이더라도 표를 구매해 해당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는 일종의 소비 운동을 말한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메기'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메기'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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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여성 영화가 국내 극장가를 휩쓸었다. '걸캅스', '82년생 김지영' 등 국내 상업영화뿐 아니라 '캡틴 마블', '알라딘', '겨울왕국2',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등 외화 또한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이옥섭 감독 '메기', 윤가은 감독 '우리집'까지 독립영화에서도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활약했다.


여성 영화의 흥행에는 여성 관객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CGV 전산망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을 예매한 관객 중 75.8%가 여성이었으며 '윤희에게', '벌새', '메기', '알라딘' 관객 수 70% 이상을 여성이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봉예정작인 배우 그레타 거윅이 연출한 '작은 아씨들', 여성 퀴어 영화인 셀린 시아마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여성 히어로물인 '블랙 위도우' 등 영화들은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여성 영화를 요구하는 관객의 움직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북미 영화 예매 사이트 판당고(Fandango)가 관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0년 가장 기대되는 개봉 예정작' 상위 10편 중 5편은 여성이 감독과 주인공을 맡은 영화가 차지했다.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원더우먼', '뮬란', '블랙위도우' 등이 꼽혔다.


또 이 업체가 지난 2018년 여성 관객 3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2명 중 1명은 "여성 감독과 여성 작가가 참여한 영화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 4명 중 3명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고정 역할과 분량, 캐릭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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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여성 영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 동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해 화제가 된) 영화 '메기'와 '윤희에게' 등 영화를 보면 젠더 이슈를 담고 있다. 여성 간 관계를 중심으로 하고, 여성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여성 감독들이 만들고 있다"며 "이런 여성 주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영화에 대해서 관객들이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 평론가는 "지난해 범죄물의 경우 처참한 성적을 거뒀고, 티켓파워가 있다는 주류 남성 배우를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들도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소위 '대작 영화'들이 오락성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다"라며 "이제는 관점의 차이, 철학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관객들이 여성공동체로서의 어떤 연대감을 느끼고 SNS를 통해 빠르게 반응해주는 것이 관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며 "이렇게 소구 집단이 분명한 영화가 흥행하면 시장에서는 당연히 반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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